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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솜방망이 징계④] 고양이 목에 방울 못 다는 구조적 원인은?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더보기

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높지 않아 또 다른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금융사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금감원의 행태와 그 원인, 바람직한 변화방향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 피감독 대상인 금융회사가 월급을 주는 예산구조, ▲ 금감원 직원들의 금융사 재취업관행 ▲ 검사이후 제재조치까지 최대 3년 이상이 걸리는 시스템 문제 ▲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눈치보기 ▲ 과도한 민간경영 개입으로 인한 금융관치 논란 등이 꼽힌다.

◆ 금감원 월급은 금융사로부터?...피감기관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예산구조

우선 근본적으로 금감원의 예산 구조에 문제가 있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월급을 금융회사에서 주고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제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예산에 해당하는 금감원의 수입합계 3624억5700만 원 중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민간 금융권에 할당되는 감독분담금은 2810억6300만 원으로 77.5%에 달한다. 역시 금융사 몫인 발행분담금도 681억5000만 원으로 18.8%를 차지했다.

금감원 올해 예산구조ㅇㅇ.png


전체 예산의 90%에 달하는 총 3500억 원 가량을 금융권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검사·감독 등 용역 서비스를 한다는 취지로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해 받는 사실상의 준조세다. 발행분담금은 주식·채권 등을 발행한 기업들이 내는 수수료다.

감독분담금은 2014년 2000억 원을 처음 넘어선 후 올해 2810억 원으로 4년 새 8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2017년에는 29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감사원 등에서 감독분담금이 수년간 급증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금감원 예산 결정은 금감원이 예산 총액, 세부항목 등 예산서 초안을 작성하면 금융위가 이를 심의하고 예산 총액, 항목별 비용 등을 조정해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영역별 분담금 부과기준은 2007년 이전에는 모든 업권이 총부채 기준이었지만 2007년 이후 은행(총부채), 보험(총부채+보험료수익), 금융투자(총부채+영업수익)는 각각 정해진 기준에 일정요율이 부과됐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은행의 분담요율은 총부채의 1만분의 0.63이었다. 2014년 1만분의 0.5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간 23.5% 증가했다.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기관인데 금융회사 분담금을 받아 인건비를 지급하면 제대로 감독을 할 수 있냐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기관인데 금융회사 분담금을 받아 인건비를 지급하면 제대로 감독을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로부터 예산 운영 측면에서 독립되지 못하면 금융회사 감독, 검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2011년 당시 권혁세 금감원장도 "업무에 큰 지장이 있다고 보지 않지만 문제는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물론 금감원이 금융회사가 하지 못하는 감독업무를 대행함으로써 금융회사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원받는다는 견해도 있다. 매년 금감원의 예산 심사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민간기구에 가까운 성격을 바꿔 정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데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2011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의 검사는 금융회사에 대한 서비스의 일종이고 국민 세금을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재부 출신인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금감원의 감독분담금을 기재부가 통제하는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법을 발의했지만 금융위가 반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만약 금감원 재원이 부담금으로 지정되거나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 및 인사·조직 등 기관 통제권한 역시 기재부로 넘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금융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소위 안건에 상정되지 않고 그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생보업계 즉시연금 사태에서 소비자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금감원에 대해 금융사로부터 받은 예산으로 금융사에 흉기를 들이미는 셈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이 주장하는 소비자보호는 물론 금융권에 대한 통제가 효과를 내려면 이런 예산구조를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출신 금융권 재취업 잦아...과도한 제재는 금융 관치 부른다는 주장도

금융권과 깊이 연관된 금감원의 예산구조는 재취업에서도 문제를 드러낸다. 금감원 출신들이 금감원 퇴사 후 금융권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강한 처벌을 하지 않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본인이 5년 이내 근무했던 부서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기관 등에 3년 간 취업할 수 없다. 이것도 재취업 규제가 방만하게 이뤄지다가 고작 1년 전부터 5년 제한 규정이 생겼을 뿐이다. 국회는 지난 2017년 11월 취업승인 검토 요건 중 퇴직 전 담당 업무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그런데 금감원이 퇴직을 앞둔 직원을 특정업무와 관련이 없는 비현업부서 배치하는 등 경력세탁을 통해 금융기관에 재취업하는 일들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는 '공직자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간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 고위공직자들은 이 조항을 피해 민간기업에 다시 취업하기 위해서 퇴직 전 경력 관리를 받아온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 77명 가운데 금융기관과 업무연관성이 없는 비현업부서에 배치돼 경력관리를 받은 직원은 65명, 이 중 50명은 은행권·보험사·카드사 등 금감원의 감독대상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재취업.jpg
▲ 자료: 금감원 간부 출신 인사의 금융기관 재취업 사례. 김종석 의원실.
금감원 측은 "퇴직 전 일정기간 동안 현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종석 의원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하기에는 경력세탁의 정황이 보이는 퇴직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상당수가 금감원 재직당시 높은 직위에 있던 자들로써 향후 거취를 고려해 제재를 할 때도 좋게좋게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검사 이후 제재까지 최대 3년...불방망이가 솜방망이로

검사 이후 제재조치까지 최대 3년 이상이 걸리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검사실시 이후 제재조치 처리기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4224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검사 실시를 한 가운데 조치요구일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간은 1198일에 달했다.

금감원 제재 처리지연 사유.png

100일 이상 조치요구일이 지연된 경우는 65.5%, 200일 이상 39.8%, 300일 이상은 24.8%로 나타났다. 이 중 조치요구일이 가장 긴 사례는 1198일로 확인됐다. 처리지연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경우는 추가사실확인(35.4%)이었으며, 법률검토(34.8%), 인력부족(16.1%)가 그 뒤를 이었다.

제재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동안 국민들의 기억은 흐릿해진다. 사건 당시 들끓었던 처벌여론이 시간이 흐를 수록 잠잠해지고 제재 또한 약해진다는 것이다.

즉시연금 사태도 2014년에 시작된 사건이 제재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년이었다. 더욱이 지난 2017년 2월 제2차 제재위원회에서 자살 재해보험금 미지급건과 관련해 삼성생명 등에 3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의결한 후 한 달 만에 이를 기관경고로 슬그머니 감경했다.

성일종 의원은 "제재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이슈에서 벗어나기 일쑤"라며 "그동안 강력한 처벌 여론이 잠잠해지고 불방망이가 솜방망이로 변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제재 지연에는 금감원 인력 한계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조사 인력에 한계가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금융사 검사 업무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금융사의 검사가 끝나면 내부 일정을 조율해 다른 검사로 넘어가는 구조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자보호가 강화되고 금융권 지배구조, 채용비리, 부당금리, 불공정 영업행위 등 봐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현재의 인력으로 신속하게 제재안을 마련하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금감원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상급기관 금융위 눈치보기..."제재결정 독단적으로 못내려"

현재의 금융위원회 체제에서 금감원은 검사 기능을 담당하는 하부구조에 불과하다. 현재 감독 정책은 물론 금융기관 제재와 관련한 큰 줄기는 금융위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더욱이 금융위는 매년 연말까지 금감원 예산서를 검토해 최종 승인하는 등 예산까지 결정한다.

제재를 하기 위한 제재기반 마련도 금융위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은행들의 금리 조작 및 오류 사태 이후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자 금감원은 금융위에 법적 제재기반을  금융위원회에 법적 제재기반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소관 부서가 논의를 거쳐 은행법 개정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금리산출에 관한 '의무규정'과 이를 위반 시 적용할 '처벌규정'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위가 제재권한을 금감원에 위임해주면 감독원장 자율적으로 제재가 가능해진다. 향후 금리산출 피해 유사사례가 발생하면 금감원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처벌 수위를 논할 수 있다. 금감원이 상부 구조인 금융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금감원이 강한 제재를 하고 싶다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 금융위의 의중에 맞춰 제재강도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금융위가 소비자보호에 적극 나서면서 금감원 업무영역에 침범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금감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금감원은 금융위 하위 기관으로써 존재한다"며 "금감원이 제재를 강하게 하고 싶더라도 눈치봐야하는 시어머니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강한 제재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과도한 제재=금융관치' 비판론도 신경쓰여

'금융관치' 비판도 금감원의 강력한 제재를 방해하는 배경 중 하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정치인들이 '금융관치'로 금감원을 때리는 광경은 쉽게 목격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첫 국감 업무보고에 나간 자리에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관치금융’ 비판을 받았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금융 관치'로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 원장들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조사했는데 왜 금감원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용정책 기본법이나 노동부, 검·경찰에 위첩해야 하는데 금감원이 무소불위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일괄지급 권고와 관련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즉시연금분쟁조정 규모가 (1조원으로) 덩치도 큰데 금감원이 보험사에게 그 많은 유사건들을 일괄구제 방침으로 전부 지급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출이자 관련 "금감원이 은행 대출이자에 개입했다간 정말 큰일이 난다"며 "법 테두리를 벗어나 (경영에) 개입해 시장을 교란시키면 엄청난 사태가 올 것"이라고 엄포했다.

전문가들도 과도한 제재가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책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제재는 금융관치를 부르고 건전한 금융시장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금감원이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케 만든다.

금감원 역시 '관치' 논란이 신경쓰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를 강하게 하면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얘기나 금융관치 얘기가 나온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적법절차에 따라 제재하고 있어...'관치' 논란도 신경

'솜방망이 징계 논란'과 관련해 행위주체인 금감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금감원은 금융권에 대한 제재가 법에서 정한대로 수위가 정해져 있고, 규정에 의해서 잘못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재 및 징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국이나 제재심의국에서 법적근거를 통해서 최대한 신중하고 철저하게 제재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제재 절차는 이렇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검사국에서 1차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 각 검사국에서 법적근거를 찾고 관련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 내부 심사를 하는데 최소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를 제재심의국에서 심사를 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려서 거기에 나온 결과대로 제재가 가해진다.

제재심의위원회는 법적근거를 가지고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전체 위원 풀이 있고 매 사안마다 다르게 구성된다. 사안에 따라 대회의와 소회의로 나뉘는데 대회의는 중징계가 가해지며 9명으로 구성되고 소회의는 4명으로 구성된다.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은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위원들로 구성되며 금감원에서는 수석부원장과 법률자문관들이 심의에 참여한다.

금감원은 제재수위에 있어 미비하게 보이는 경우는 각 사안마다 모두 스토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은행들의 금리조작같은 경우 현행법상 불공정 행위에 '금리 조작'이 빠져있기 때문에 제재할 수단이 없어 '경영유의', '자율처리 필요사항', '개선' 등의 주의조치로 끝났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의 즉시연금 환급거부 사태 역시 약관 적용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여서 제재를 선행적으로 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강하게 제재할 수 있는데도 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세간의 오해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어디까지나 법률에 근거해 제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사안에 법률적 근거가 있지 않고, 처벌 조항 수준도 낮아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매년 금감원 솜방망이 얘기가 나오는 것이 우리로써도 안타깝다"며 "우리가 강하게 제재하고 싶어도 현행 법규 체제와 처벌조항의 미약, 업계 및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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