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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짜리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320만원에 판매...중고티켓사이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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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짜리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320만원에 판매...중고티켓사이트 주의보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9.01.09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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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국내에서만 즐기던 때는 지났다. 글로벌한 활동으로 인해 팬들 역시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를 즐기고 있고 이런 시장이 형성되자 '2차 티켓팅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다. 하지만 허술하고 무책임한 운영으로 이용자 피해가 양산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여)씨는 중학생 딸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태국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계속 졸라 못 이기는 척 허락했다. 딸은 곧바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콘서트 티켓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비아고고(Viagogo)’라는 사이트에서 무대와 가까운 좌석의 티켓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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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딸의 간절한 소망이었던 탓에 30만 원의 가격임에도 이  씨는 카드 결제를 허락했다. 그러나 잠시 후 휴대전화로 수신된 카드결제 알림을 보고 기겁했다. 30만 원이 아닌 320만 원이 결제된 상태였던 것.

딸은 최종 결제 시점에 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동일한 티켓을 몇 명이 함께 보는 형태로 '몇 분 이내로 결제하지 않으면 티켓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식의 안내창이 수차례 떴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탓에 원하는 좌석 티켓이 사라질까봐 금액이나 기타 이용약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결제를 했다는 것이 딸의 설명이었다.

이 씨는 곧바로 비아고고 측에 메일을 보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비아고고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자사는 환불과 취소 규정이 없으며 구매한 티켓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되팔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할 수 없이 이 씨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달러나 원화가 아닌 ‘말레이 링깃’으로 결제 금액(32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비아고고 사이트에서 티켓 ‘되팔기’를 시도했다. 

과연 티켓이 팔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던 이 씨와 딸은 다음날 티켓이 팔렸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320만 원이 아닌 1만 원 대의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된 상태였다. 알고 보니 비아고고 사이트 시스템에서 자체적으로 말레이 링깃이 원화로 자동 변환되면서 티켓이 1만 1750원이라는 가격으로 올라갔고 이를 어느 누군가가 구매한 것이었다.

그러나 관련 상황에 대해서도 비아고고 측은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으며 그 가격에 판매하고 싶지 않으면 판매 철회를 할 수 있다. 다만 판매 철회로 티켓을 살 수 없게 된 구매자에게 지급될 위자료 및 수수료 등이 부과되니 참고해달라”는 적반하장 식 답이 전부였다.

◆ 판매자의 사기 행위와 암표상 논란 지속되고 있는 ‘2차 티켓팅서비스’

비아고고는 스포츠 행사나 콘서트, 극장 티켓을 예매했으나 사정으로 사용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해당 티켓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티켓팅서비스’ 업체이다. 실제로 비아고고는 ‘이미 매진된 스포츠 경기, 콘서트 등의 인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전 세계 각지로 배송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하지만 스포츠, 콘서트 등 문화산업의 규모가 큰 해외의 경우 오래전부터 재판매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티켓나우(Ticketsnow), 스텁허브(StubHub), 비아고고(Viagogo) 등이 있으며 비아고고는 영국 런던에 거점을 둔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중개 사이트와 같은 개념이다.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나 공연의 티켓팅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것을 악용해  가격 경쟁을 부추겨 시중가보다 엄청나게 뻥튀기한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가짜 티켓을 판매해 돈을 챙기고 사라져버리는 사기성 짙은 판매자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암표상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으나 비아고고 측은 “사고 파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문제이며 자신들은 그저 중개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중이다.

또한 '동일한 티켓을 몇 사람이 보고 있으며 시간제한을 둔 채 당장 결제하지 않으면 이 티켓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식의 안내창을 시시각각 띄워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판매방식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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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방금 고객님의 좌석을 예매했습니다'라는 자극적인 안내창을 시시각각 띄워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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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에 대해 시간제한 안내창을 띄워 결제를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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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 티켓에 대한 행사 시간과 날짜는 구매자 본인이 확인해야 하며 판매 가격은 판매자에 의해 책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비아고고는 사이트 내에서 이뤄지는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경우 판단력이 흐려져 결제 금액이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채 결제를 진행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영국 BBC에서는 비아고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고, 호주에서도 예술가와 공연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외 유럽 등지에서도 비아고고 주의보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업체들은 국내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용 전 후기나 약관 등을 꼼꼼히 살피고 신중하게 이용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아고고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은 즉시 최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모아 카드사에 제출해 결제 금액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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