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뉴스 소비재 자동차 탐사플러스

[한국형 레몬법 쟁점과 과제㊥] 소비자가 결함 입증?...기업 솔선수범에 기대 한계 여전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9년 01월 10일 목요일 +더보기
올해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은 새 차 구매 후 일정기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교환‧환불 제도를 법제화한 혁명적인 제도다. 반복적인 자동차 하자로 인한 분쟁해결의 법적 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되더라도 곳곳에 숨겨진 허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형 레몬법’의 주요 쟁점과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17년 9월 자동차 교환‧환불에 강제력을 더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형 레몬법을 통해 하자 차량 소유자는 기존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이나 법원 소송 외에 국토교통부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자동차 회사의 사전 동의 없이는 중재 자체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강제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은 자동차 회사가 사전에 수락한 경우에만 교환·환불 중재 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 회사의 사전 동의가 없으면 애초에 중재 절차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중재는 양 당사자의 합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자동차 회사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은 미국 각 주(州) 레몬법의 일반적인 절차라고 강조한다. 한국형 레몬법 역시 제도 시행과 동시에 각 제작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고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제작사가 레몬법 중재에 대해 사전 동의를 하고 있다”며 “현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아우디, 폭스바겐 등 제작. 판매사가 사전중재를 승낙한 이후 업무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재는 양 당사자의 합의로 진행되는 제도인 만큼 제작자는 사전에 모든 판매 차량에 대해 레몬법 중재에 대한 사전 승낙을 하고, 소비자는 선택에 따라 조정제도(한국소비자원), 중재(국토부), 소송(법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제조사의 동의로 중재가 진행돼도 문제는 있다. 일단 국토부가 중재 절차를 진행하면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 상 소비자분쟁조정과 같은 대안적 분쟁해결 절차의 이용 기회가 봉쇄된다. 국토부의 중재 판정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강제력을 갖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여 공정하지 못한 중재 결과가 나와도 소송 등으로 구제를 받을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토부의 견해는 다르다.  오히려 기존의 조정제도가 양 당사자의 합의를 통해야만 효력을 가지던 한계를 보완한 것이기에 장점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 당사자가 결과에 대해 합의를 해야 효력을 가지는 조정제도(한국소비자원)와 달리 중재제도는 본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며 “따라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교환·환불 결과가 나오면 제작사는 반드시 교환, 환불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결과가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자동차제작사가 그 결과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하는 조정제도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분쟁, 언론분쟁 등에서 중재제도가 도입되는 추세인데 중재제도의 장점을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실효성 극대화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 규제 뒤따라야”

또한 한국형 레몬법에는 차량 결함 입증책임과 관련한 내용도 빠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2만여 개의 부품과 전자장치들로 이뤄진 자동차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모든 차량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불어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규정의 근본적 맹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 같은 개선안이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문학적 벌금을 물리는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처럼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결함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 또한 국내 규정이 강력한 미국의 레몬법처럼 개편되지 않는 한 기업에게 솔선수범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호근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 토요타 차량의 급발진 의심현상이 일어났을 때 제조사가 자체 조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1200억 원의 벌금을 물린 사례도 있다”면서 “이처럼 국내 관련 규정도 강력하게 개편되지 않는 이상 기업에게 자발적인 책임을 묻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유럽에서 적용 중인 6개월 하자 추정 규정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제도를 일부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수리 횟수를 충족하면 하자를 추정하는 규정을 가진 주(州)와 그렇지 않는 주도 있다”며 “미국은 각 주별로 일부 레몬법의 내용이 다르며 모든 주에서 자동차 회사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6개월 이내에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에 인도 당시부터 하자가 존재한다는 이른바 ‘6개월 하자 추정 규정’을 통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한국형 레몬법 역시 유럽의 규정을 벤치마킹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6개월 하자 추정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