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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수주 두고 건설사들 불법 난무...처벌 규정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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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수주 두고 건설사들 불법 난무...처벌 규정 유명무실
너도 나도 '이사비 지원, 대안설계 제안' 나서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7.15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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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분양시장이 얼어붙음에 따라 재개발 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비 지원 대안설계 제안 개별홍보 등 불법적인 방법이 판을 치고 있다. 이로인해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되며 재개발 사업 자체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위반 사안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지물인 탓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한남3구역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한남3구역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도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자 선정 중 개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는 금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사업시행인가 전인 지난 2월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을 대상으로 대치동에 마련된 주택전시관 ‘써밋 갤러리’ 투어를 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홍보영상을 제작해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접근하는 등 불법 홍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정확한 추가 비용과 인허가 기간을 밝히지 않고 대안설계를 제안하는 것도 재개발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란거리다. 설계 변경은 사업시행기간 연장 및 향후 건설사에서 내놓을 추가 공사비에 대한 적정성을 놓고 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난 3월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조합에서 금지한 대안설계를 제안해 물의를 일으켰다. 현대건설은 입찰 당시 조합이 제시한 원안 설계에 따른 사업제안과 별도로 사실상 대안설계인 ‘플러스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사비와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시공사를 선정한 제주 이도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에서도 대안설계 문제로 상당한 잡음이 발생했다. 입찰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3사 중 2곳이 추가비용을 명시하지 않은 채 플러스 아이디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도주공1단지 재개발 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에서 대안설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당시 조합에서 받은 제안서의 오차 범위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며 "제안한 내용을 보더라도 대안설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같은달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에서는 롯데건설이 2000만 원에 달하는 이사비를 무이자로 빌려주겠다고 나서 논란이 됐다. 조합 측은 롯데건설에 입찰제안서에서 이사비 항목을 빼라고 요구했고 관할구청인 성북구청도 ‘이사비 제안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행정지침을 내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시 행정지침이 내려 온 후 조합에서도 이사비 항목 철회 요구가 있었다"며 "즉시 이를 철회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 정비사업 관련 규정 있지만 꼬리자르기식 회피에 유명무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단속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 제재시 조합에서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해 실질적인 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에는 건설업자 등의 금품 등 제공 금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그 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10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건설사는 총 공사비의 100분의 20(2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받는다. 1000만 원이면 10만 원 짜리 상품권을 100명에게 돌렸을 때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발됐을 경우 공사비가 5000억 원이면 시공사는 1000억 원을 물어내야 하고, 시공자 선정 취소는 물론 2년 동안 정비사업 수주가 전면 금지된다. 

또 시공사가 직접 찾아가 '맨투맨 홍보'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건설사는 홍보 용역요원 명단을 등록하기 전에 홍보를 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용역요원이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되면 해당 건설사는 입찰 무효(3회 이상 적발 시) 처분을 받는다. 다만 사전홍보를 위해 구역 내 홍보관 1곳을 설치할 수는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 재개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명품가방, 호텔숙박 등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총 334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제재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사업자가 다른 만큼 불법행위를 적발해 단속할 경우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건설사들이 대행사에 책임을 전가해 꼬리자르기 식으로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이유로 건설사들이 적발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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