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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⑧] 제일약품, 회사분할로 오너 지배력 높였지만 승계는 고민거리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더보기

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50년 한원석 회장이 세운 제일약품산업을 전신으로 하는 제일약품(대표 성석제)은 지난해 매출이 6271억 원으로 업계 8위에 올라있는 대형제약사다.

제일파마홀딩스를 지주사로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제일약품, 일반의약품을 맡은 제일헬스사이언스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상장사는 홀딩스와 제일약품 두 곳으로 시가총액은 약 7800억 원 규모다.

1971년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따내고 1980년 중앙개발연구소를 세웠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도입약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자체 개발 제품 중에서는 매출 비중 1% 이상 제품이 넥실렌(1.3%)과 란스톤(1.1%) 정도에 그친다. 두 제품의 매출규모도 100억 원을 넘지 않는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말초신경병 통증치료제 리리카, 진통소염제 쎄레브렉스 등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제품들은 모두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서 들여온 것이다. 올 3분기까지 제일약품의 상품매출(도입약) 비중은 77.6%로 10대 제약사 중에서 가장 높다. 10대 제약사의 상품매출 비중 평균은 46% 정도다.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지주사로 제일약품그룹 지배...돈 한 푼 안들이고 지배력 확대

제일파마홀딩스는 오너 2세 한승수(73) 회장 혼자서 과반이 넘는 57.77% 지분을 보유하며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아들인 3세 한상철(44) 사장이 9.68%로 2대 주주다.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은 73.12%에 달한다. 이 외에 오츠카제약이 9.37%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비율은 22.98%에 그쳐 사실상 오너 일가가 완전지배하는 가족 회사나 다름없다.

제일약품 한승수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341억 원(12일 종가 기준)이다. 한 회장과 부인 이주혜 씨가 각각 1793억 원, 139억 원 등 1932억 원어치 주식을 지녔다.

장남인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이 306억 원, 차남 한상우(37)씨가 81억 원, 장녀 한보연(41)씨가 21억 원이다. 창업 3세로의 자산승계율은 17.5%로 승계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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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은 최근 2~3년 사이 인적분할과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3세로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승수 회장의 장남인 한상철 사장은 현재 지주사와 제일헬스사이언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승수 회장이 승계 받을 당시 제일약품은 단일 회사였다. 1987년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한 회장이 지분을 물려받았는데 10여년이 지난 이후에도 특수관계인들이 지닌 지분은 31.69%에 머물렀다. 한 회장은 19% 안팎의 지분만을 지녔었다.

승계 후 한 회장 일가는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장내매수에 꾸준히 나서며 2016년 45.9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3세로의 승계과정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일약품은 단일 회사로 사실상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제일약품은 2016년 제일헬스사이언스를 분리해 일반의약품을 담당하게 했다. 2017년에는 제일약품을 존속시켜 전문의약품을 맡게 하고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를 세웠다.

한 회장과 한 사장, 한상우 씨 등 세 부자는 두 차례의 분할 후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기업 지분을 33.19%에서 70.31%로 높였다. 한 회장이 27.31%에서 57.77%, 한 사장은 4.66%에서 9.68%, 한상우 씨는 1.22%에서 2.86%로 올랐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제일약품 주식 700만주의 공개매수를 결정하며, 홀딩스 주식 1170만8803주와 교환에 나섰다. 이 결정으로 한 회장 부자는 978만8789주의 홀딩스 주식을 확보했다.

한 회장 일가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기업분할,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배력을 대폭 끌어 올리는 마법을 펼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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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 수익성 낮아 배당으로 승계 재원마련 먼 길...3세 보유 비상장사 내부거래 증가세

지주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3세 한상철 사장과 한상우 씨는 비상장사인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도 12.03%, 8.02% 보유하게 되면서 추후 승계에 활용할 무기를 추가로 갖게 됐다.

특히 제일헬스사이언스는 분할 후 내부거래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2017년 367억 원의 매출 중 내부거래 규모는 18억 원으로 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9.7%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429억 원의 매출 중 42억 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내부거래가 늘면서 이 기간 매출은 17.2%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제일약품이 제일헬스사이언스로부터 매입한 규모는 11억 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올해 내부거래액이 증가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총자산 역시 분할이 이뤄진 2016년 말 248억 원에서 2017년 325억 원, 지난해 411억 원으로 커지고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해외로 수출되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계열사 관계라면 회사명을 굳이 바꾸지 않고 판매할 수 있다”며 “제일헬스사이언스의 파스류 등 일반의약품이 해외에서 제일약품으로 수출되면서 특수관계 거래로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세들이 지분을 지니고 있다고 임의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일헬스사이언스는 과거 제일약품 일반의약품 사업부로 있다 보니 집중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고 전략적 판단도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 돼 물적분할 후 오너가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이 분할, 유상증자 등 승계 포석을 마련하는 것은 3세로의 지분 이양 시 상속·증여세 납부로 지배력이 낮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의 유동성이 눈에 띄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한상철 사장이 보유한 제일파마홀딩스 주식 155만여 주 중 20.7%인 32만 주는 주식담보로 설정돼 있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전 순이익 규모가 20억 원 안팎에 머물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10억 원 이상 배당이 실시된 해가 2번 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 이후 순이익 규모가 50억 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그나마 배당여력이 생기고 있다.

제일약품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1.8%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0.7%로 더욱 낮다. 제품매출 비중이 높은 탓에 수익성이 낮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구조 탓에 고배당으로 인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3세 승계 시 공익법인을 세워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재단을 통해 의결권을 유지하면서도 증여세는 아끼는 경영권 승계방식은 재벌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기주식 비율이 25% 이상으로 높은 대웅제약(대표 전승호)과 달리 제일약품은 3.9%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와 승계 시 지배력 유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3세 승계에 대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한상철 사장이 회사 내부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 사장의 동생인 한상우 씨는 일반회사에 다니다 올 들어 제일약품 개발부에 입사해 업무를 보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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