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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⑨]'지배력 약점'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 실적부진에 지분확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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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⑨]'지배력 약점'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 실적부진에 지분확대 '난망'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12.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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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동성제약(대표 이양구)은 16세 때 상경해 약국 직원으로 취직한 뒤 자전거를 타고 약장사를 하며 제약업계에 발을 들인 고(故) 이선규 회장이 1957년 세운 회사다.

패션 염색약 ‘훼미닌’을 통해 기틀을 다졌고, 1972년에는 일본 다이코신약과 기술제휴를 통해 지금까지도 회사를 대표하는 간판약인 ‘정로환’을 출시했다. 메디컬 기능성 화장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출 비중은 8%에 불과하고 제약부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동성제약은 단일 기업체제로 오너 일가가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1990년 상장됐으며 시가총액은 약 4200억 원으로 제약 업계에서 20위권에 해당된다.

창업주 셋째 아들인 이양구(58) 사장이 지분율 18.02%로 최대주주이고, 누나인 이경희(61)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가 2.71%로 2대주주다. 3세인 이용훈(29)씨와 이용준(23)씨는 각각 0.09%씩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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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883억 원(17일 종가 기준)이다. 이 사장이 757억 원, 이경희 대표 114억 원, 친인척 김주현(56)씨 5억 원 등이다. 3세는 3억7000만 원가량의 주식을 지녔다.

◆오너 일가 지분율 21%로 지배력 낮아...부진한 실적에 주식매입 재원 마련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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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사장(사진)과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21.03%로 오너 일가 지배력은 위험한 수준이다.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분의 1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30대 제약사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의 특수관계인 지분율 평균은 50.7%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동성제약은 오너 일가의 입지가 매우 불안정한 편이다.

특히 동성제약은 5% 이상 주주가 이양구 사장 밖에 없다. 기관투자가 등 우호세력으로 둘만한 곳이 없다. 소액주주비율이 63.31%에 달한다.

동성제약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승계가 이뤄지고 나서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동성제약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2% 안팎이었으나 2012년 24%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20.27%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양구 사장은 2001년 3만5900주(1.02%)를 취득하며 처음으로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내매수로 2005년 3.53%까지 지분율을 높였고, 2006년에는 신주인수권 권리행사에 나서며 14.7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2년 뒤인 2008년 창업주로부터 잔여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본격적인 2세 시대를 열었다.

이 사장은 2세 경영에 나선 이후에도 지분율을 꾸준히 끌어 올리며 지배력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2006년 최대주주가 된 이후 지금까지 장내매수와 신주인수권 행사 등으로 지분 3.25%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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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장이 앞으로 지분율을 더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이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 사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의 40%를 담보로 제공하며 대출을 받았다. 주식담보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한 것이다. 이 사장이 보유한 동성제약 주식은 하나금융투자,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2018년 2월에는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보유 중인 동성제약 주식 30만 주를 매도하기도 했다. 주식매도로 이 사장의 지분율은 18.63%에서 17.42%로 낮아졌다.

오너 일가 주식이 담보로 잡히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데, 동성제약의 경우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이 적어서 위험성이 적지 않다.

동성제약 실적이 부진한 탓에 배당을 통한 수입도 생각하기 어렵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9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19억~846억 원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2010년 들어 지난해까지 9년 동안 5번이나 연간 적자를 냈다. 9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은 23억 원이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매출이 6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적자규모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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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부진한 탓에 동성제약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배당을 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배당규모는 고작 5억 원에 그쳤다.

동성제약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000년대 들어 평균 2년에 한 번 꼴로 총 8번에 걸쳐 1294억 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 확대는 현재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과 관련한 전략에 대해서는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밝히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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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스테로이드 화장품 사태로 특수관계인 지분율 하락...주가조작·허위주장 논란 끊이지 않아

2014년 염모제 ‘버블비’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문에 동성제약 주가가 한 달 동안 4000원대에서 8500원대로 200% 넘게 폭등한 적 있었다. 그해 9월 이 사장은 해외시장 진출 및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100만주를 매도하는 결정을 했다.

이 사장은 이 때 2014년 8월 25일과 9월 1일, 2일에 걸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도 1만4000주를 팔아 수익실현에 나섰다. 이 사장은 8500원 안팎에 주식을 팔았고 그해 말 4400원 안팎에 8만 주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주가조작이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이 사장은 2012년에도 농촌진흥청과 누에와 벌침을 공동 개발하면서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도 암치료법 광역학 치료 개발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동성제약은 광역학 치료에 대한 임상 논문을 해외에 투고했다고 언론을 통해 언급했고, 2만 원이던 주가는 한 달 만에 4만5000원대로 치솟았다.

주가조작 논란이 반복되면서 이 사장은 시세차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 돈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회사 실적이 급격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지배력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동성제약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창업주 때부터 고민거리였다. 2세 승계가 이뤄지기 전인 2000년 초반 오너 일가 지분율은 15% 안팎에 불과했다. 당시 신주발행을 통해 2세 지분율을 대폭 끌어 올렸고 계열사를 통한 우호지분을 확보 방식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대로 높아지며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상속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스테로이드 함유 화장품이 적발되는 바람에 우호 지분 역할을 하던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다시 떨어졌다.

동성제약은 2010년과 2011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내놓은 ‘아토하하크림’, 계열사 포쉬에화장품(현 오마샤리프화장품) ‘스킨탑’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이 사장은 포쉬에화장품 지분 10.26%를 매각했다. 스테로이드는 화장품 배합 금지원료다.

이 사장의 지분 매각으로 동성제약 지분율 3.81%를 보유했던 포쉬에화장품이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됐다.

한편 동성제약은 ‘광역학 치료(PDT)’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삼고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광역학 치료는 칼이나 약이 아닌 빛으로 암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기존 진단 방법으로 찾기 어려운 암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동성제약은 와이오엠(대표 염현규·김태국)과 광과민제 ‘포토론’ 독점 판매권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와이오엠은 지난달 “‘포토론’에 대한 모든 권리와 권한을 벨메드프레파라티(BMP)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포론토’ 독점 판매권을 보유 중이라는 동성제약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양구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제22회 송음의약학상 시상식에서 “대응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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