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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 "기자님도 우리 사업 한번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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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 "기자님도 우리 사업 한번 해 보세요"
"30대그룹 진입할 것" "피라미드로 매도하면 대응하겠다" 큰소리
  • 김영일 소비자기자 kttk@hanmail.net
  • 승인 2006.11.27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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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한 언론인이 본사 소비자 기자 명의로 작성해 보내 온 글입니다.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기사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올해 서민을 가장 많이 울리고 망신살을 산 ‘최악의 (worst)’ 기업인을 들라면 단연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친인척이 그와 거액의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고급 경찰공무원이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황되는 등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검찰에 체포된 후 그의 피라미드식 사업방식과 비자금 조성, 유력인사에 대한 로비 등이 올해 언론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다.

    그 뿐인가? 제이유의 부도로 피해를 본 투자자만 35만명, 피해액은 5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서민경제에 메가톤급 폭탄을 떨어뜨린 격이다.

    노년의 은퇴자금, 어렵게 모은 월급쟁이의 적금통장과 자영업자의 땀 밴 돈을 이 축낸 주씨는 과연 어떤 사람 일까?

    기자는 주회장을 지난 2004년 2월과 7월 두차례 만났다. 기자가 인터뷰를 희망했다.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가 있었다. 이 사람이 과연 진실한 사업가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궁금했다. 솔직히 말해 기사 취재 욕심 못지 않게 기자로서의 호기심에서 비롯돤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기자 4사람을 초청한 기자간담회였다.

    서울 압구정동 제이유 그룹 사옥 회장실에서 만난 그의 첫 인상은 잘 생긴 달변가이기는 하나 신뢰감은 전혀 들지 않는 선동가 모습이었다.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2시간동안 마치 기총소사하듯 말 폭탄을 퍼붓는 모습은 마치 무엇엔가 쫒기는 듯한 인상도 주었다. 흰머리는 희끗희끗 눈에 띄었지만 군살 없이 약간 마른듯한 체격에 얼굴은 피부가 곱고 선이 섬세해 지적인 사변가의 이미지를 풍겼다.

    2004년은 제이유네트워크가 한국암웨이를 제치고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해로 주회장은 한마디로 ‘기고만장’해 있었다.

    당시 제이유의 매출목표는 1조5000억원. 전년인 2003년 65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2배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그는 당당하다 못해 약간 거만한 눈빛마저 띠었다.

    그는 전문가들로부터 제이유의 사업방식이 금융 피라미드라고 공격받는 것에 분개했다. 30분이상 제이유의 포인트 마케팅에 대한 지루한 설명이 이어진 뒤 보다 자세한 사업방식은 매일 8시간씩 화상을 통해 공개되는 사업설명회를 참조하라며 녹화 비디오까지 선물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사업을 권했다. 부업으로 틈틈이 투자와 소비를 하면 투자금의 250%를 건질수 있다는 권유였다.

    그는 누구라고 밝힐 수 없지만 알 만한 기자 몇사람도 열성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사회 저명인사와 연예인, 정치인 등의 이름을 거명하며 기자의 경계심을 누구러뜨리기 위해 애를 썼다.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이런 사업을 권하다니 참으로 간도 크고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최근들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각계의 실력자들이 제이유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 난 것으로 볼 때 기자에게 이같은 권유를 한 것도 그로서는 큰 무리가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 인터뷰 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였다. 4명의 기자를 초청한 간담회자리였다. 메뉴는 최고급 양식 풀코스.1인당 족히 10만원은 넘었을 호사스러운 식사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회장은 언론접촉을 꺼렸다. 제이유에 대해 금융 피라미드라는 공격성 기사를 부담스러워 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업계 1위 달성이 확실해지면서 그는 변했다. 힐튼호텔 간담회에서도 그는 포인트 마케팅에 대한 말폭탄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포인트 마케팅에 대해 금융 피라미드라고 단정하는 기사가 나오면 정면 대응하겠다는 은근한 위협도 곁들였다.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밥값’ 주문도 내놓았다. 앞으로 다단계 회사 기사를 쓸 때 업체 순서를 한국암웨이보다 앞세워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이유를 앞으로 3~4년내 국내 30대 그룹으로 끌어 올리고 수익금으로 미국의 록펠러 재단같은 사회 사업 재단을 만들어 소외된 곳을 보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시간동안 쉴새없이 떠드느라 8코스에 걸쳐 나온 음식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마지막에 커피 몇모금 마신 것이 전부였다.

    그토록 당당하고 기고만장하던 그가 2년만에 최고의 사기꾼 혐의자로 전락해 영어의 몸이 됐다. 그는 그 이전에도 똑같은 전과를 갖고 있다. 지난 1996년 컴퓨터 관련 네트워크 마케팅사업을
시도하다 부도를 내 2년간 수감생활을 했었다.

    그는 인터뷰중에 스스로 교도소에서 심기일전으로 다단계 마케팅을 연구해 실패의 원인을 찾아냈으며 단점과 문제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1999년 제이유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 1건의 전과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그가 수건의 전과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퍼시픽대학 영문과 출신으로 서울 노량진과 종로에서 영어 명강사로 이름을 날렸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러 아무도 이를 확인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기자는 그의 옛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교도소에서 다시 심기일전해 제이유의 실패를 보완할 새로운 사업모델을 연구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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