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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판매사'핑퐁'..소비자만 '쌍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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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판매사'핑퐁'..소비자만 '쌍코피'
결함 나타나면"우린 몰라"..소비자들"우리가 탁구공?"
  • 이민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9.10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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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무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제조 회사와 판매 회사의 도를 넘어선 책임 미루기가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불량제품 민원을 제기하면 제조사는 판매를 하지 않았으니 판매회사와 상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고, 판매회사 역시 판매만 할 뿐 사후 서비스에 대한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며 회피하기 일쑤다.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소비자들은 양측 핑퐁 게임의 탁구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핑퐁 사후처리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판매과정상 생긴 문제가 아닌, 제품 결함의 경우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제조사가 제품의 품질보증기간 이내 부도 등의 이유로 사라진 경우 모든 책임은 판매자가 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민법 580·581조에 의거 제품을 판매한 매도인은 완전한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물건의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이 있다. 법적으로 담보책임 기간은 6개월로 돼있지만 이는 개인 간 거래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가전제품 기타 상품의 경우에는 자체적인 약관에 따라 1년간 무상으로 하자를 담보해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 제품불량이 아닌 화재나 상해 등의 확대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매사, 제조사 입 모아 "나는 몰라요~"

안양 호계동의 오 모(여.48세)씨는 지난 2월 하이마트에서  캐논디지털 카메라(EOS 1000D )를 60만 원가량에 구입, 딸아이의 졸업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졸업식장에 카메라를 가져간 딸은 "카메라 전원이 계속 꺼져 사용할 수 없다"고 연락해왔다.

가게 운영으로 경황이 없었던 오 씨는 5월 중순경에야 구입처인 하이마트로 AS를 의뢰했다. 며칠 후 캐논 측으로부터 "배터리 이상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용 후 또 이상이 생기면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대를 갖고 다시  충전했으나 동일한 증상으로 7월 초 다시 AS의뢰했다.

다시 보름이 지나 캐논 직원은 '배터리 불량'이라고 통보했다. 오 씨는 처음 사용할 때부터 전원이 불량이었던 점을 들어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뜻밖에도 소모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오 씨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제품불량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캐논 측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구입처인 하이마트에 불량제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묻고 "1년이라도 쓸 수 있도록 수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오 씨는 "제조한 캐논이나 판매한 하이마트 모두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양쪽 다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데 어디다 하소연하냐"고 가슴을 쳤다.

◆먹통 휴대폰 "불량은 맞는데 내 책임은 아니야~"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원 모(남.51세)씨는 지난달 GS홈쇼핑에서 20개들이 라면 한 박스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LG휴대폰을 구입했다.

며칠 후 도착한 휴대폰으로 처음 통화를 하려고하니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당시 환불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핸드폰이 필요했던 정 씨는 단순히 제품교환만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도착한 새 휴대폰은 수신자체가 안 되는 불량제품이었다. 원 씨가 LG전자에 문의하니 통화불량을 인정했다. GS홈쇼핑 측 역시 불량을 인정했지만 '해약 및 반품기한이 지났다'며 해결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LG전자 측은 약정기간을 운운했다.

원 씨는 "잘못된 제품을 만든 업체나 그 제품을 판매한 업체 모두 불량을 인정하면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화가 치민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OEM 제품은 생산업체 책임?

경기도 양주 만송동에서 섬유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홍 모(남.47세)씨는 지난해 12월경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360만 원 짜리  귀뚜라미 전기보일러를 직원 기숙사에 설치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과열로 인한 고장으로 10여 차례의 AS를 받아야 했다.

계속되는 AS에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자 귀뚜라미보일러 본사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상담원은 "KIB-18H모델은 OEM제품이니 제조업체로 연락하라"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홍 씨는 "지금껏 제조업체에서 AS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다. 외주업체에서 생산했다 해도 AS나 환불 등의 최종 책임은 귀뚜라미에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OEM업체와 계약 조건이 그렇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화가 난 홍 씨가 "소비자는 귀뚜라미란 브랜드를 믿고 샀지 OEM업체와의 계약관계까지 알 수 없지 않냐"고 따져 묻어도 상담원은 계약관계만을 반복 주장할 뿐이었다.

홍 씨는 "엄연히 '귀뚜라미'란 이름으로 판매된 제품인데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제품모델조차 모르고 있었다. 브랜드를 걸고 판매한 후 이 토록 무책임하게 처리하다니 기가막히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귀뚜라미 관계자는 "OEM제품의 경우 제품마다 처리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제조업체와 판매처의 계약조건에 따라 처리된다"고 간략히 답했다.

다행히 홍 씨는 제조업체로 이의를 제기해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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