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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주먹구구 수리, 무데뽀 수리비 ' 열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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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주먹구구 수리, 무데뽀 수리비 ' 열불나'
고장 진단 제대로 못해 시간 끌고 엉뚱 수리비까지 덤터기
  • 박은희 기자 ehpark@csnews.co.kr
  • 승인 2012.07.2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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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가운데 에어컨 제조사들의 허술하고 무책임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을 더욱 열불나게 하고 있다.

고장 원인을 잘못 판단해 엉뚱한 부품을 교체하고 과도한 수리비용를 청구하는가 하면 제품 불량임에도 무작정 설치 잘못으로 책임을 돌려 무더위 속에 소비자들의 불편을 방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계절가전인 에어컨의 경우 고장 진단이 잘못되거나 수리가 지연될 경우 그에 따른 고충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 되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미온적 태도로 뒷짐만 지기 일쑤.

피해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은 제조사 AS센터를 믿을 수밖에 없는 데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전문업체의 서비스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에어컨 관련 피해제보는 5월 13건, 6월 28건, 7월 43건으로 매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 연거푸 엉뚱한 고장진단에 부당청구까지

24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에 사는 강 모(남.50세)씨는 지난 14일 사무실에서 사용중인 에어컨 고장으로 수리를 받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기막혀했다.

강 씨는 전날 에어컨 사용 후 전원을 끄고 재차 확인 후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해보니 실내기에 성에가 가득 끼어 있고 실외기 팬이 계속 돌아가고 있어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에 AS를 신청했다.

방문한 기사 2명은 실외기를 분리하고 전압체크를 하는 등 점검 후 '실내기 내 PCB 고장'이라고 진단했다고. 부품을 챙겨 다시 방문하겠다던 AS기사 관할 서비스센터 대표가 직접 방문해 메인PBC 교체했지만 여전히 작동하지 않자 오히려 강 씨에게 고장 원인을 캐물으며 짜증스레 수리를 진행했다는 것이 강 씨의 주장.

강 씨는 "실외기를 다 분해하고 왔다갔다 두시간가량 소요하더니 '실내기에서 실외기로 나가는 케이블 쇼트로 인한 메인PCB 고장'이라며 케이블을 보여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출장비 및 수리비용 5만원과 PCB 부품비 10만원을 합쳐 15만원을 청구했고 비용을 지불한 강 씨는 고장난 메인PCB를 챙겨뒀다. 기사의 태도가 못미더웠던 강 씨는 혹시나싶어 고장난 메인PCB를 실내기에 다시 연결해봤다. 놀랍게도 에어컨은 아무 문제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 교체한 메인PCB를 떼고 고장났다던 메인PCB를 재장착한 사진


강 씨는 "믿고 맡겼던 서비스센터에서 엉뚱한 진단을 하고 불필요한 부품을 교체해 10만원을 추가로 받아간 것이 괘씸하고 어이가 없다"며 "혹시나 해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눈뜨고 당한 뻔 했다"며 어이없어했다. 

이에 대해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이번 건은 실내외기 연결전선과 전원인입선 쇼트로 인한 불량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초기 확인이 안되어 서비스 지정점에서 PCB 불량으로 판단해 교체 비용까지 부당 청구하게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에게 PCB 비용 10만원을 환불 조치했다. 관할 서비스센터에 주의장를 발송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 지정점 기술 교육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LG전자 불량 에어컨의 '설치비'는 판매처 책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이 모(여.34세)는 제품 하자로 판정된 에어컨의 설치비 환불을 두고 제조사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7월 대형가전마트에서 LG전자 에어컨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털어놨다. 가동한 지 얼마 안돼 에어컨 본체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해 AS를 받아야 했다.

담당 기사는 가스가 빠졌기 때문이라며 가스를 재주입하는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러나 지난달 에어컨을 가동하자 또 다시 누수가 발생해 수차례 AS를 받았지만 누수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이 씨는 제조사 측으로 구입가 170만원과 설치비 12만원의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제품 자체 결함임을 인정하고 제품가 170만원의 환불은 약속했지만 설치비 12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씨는 "처음부터 잘못된 제품을 구입해 설치하는 바람에 들어간 비용인데 환불해주지 않는다니 황당했다"며 "설치비뿐 아니라 누수로 인해 발생한 마루바닥 손상까지 보상요구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지속적인 누수가 제품 자체의 문제인 것으로 확인돼 제품값은 환불했으나 설치는 판매처에서 진행했으므로 자사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설치 불량이 아닌 제품 불량으로 판명이 났는데 판매처가 뭘 잘못했다고 설치비를 돌려줘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지난해 가전 전문 마트에서 구입한 삼성전자 에어컨을 리콜 받을 때도 제품 가격을 포함해 설치비까지 모두 환불받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 불량 에어컨 두고 애꿎은 설치 탓만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배 모(남.45세)씨는 유명 가전업체의 책임 돌리기에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를 잃을 뻔 했다며 억울해했다.

20년 경력의 에어컨 설치업자인 배 씨는 지난달 시흥시 정왕동의 한 공장에 삼성전자 에어컨을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2주 후 배 씨는 소비자로부터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출장 방문해 작업을 재확인했지만 설치 상 뚜렷한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그러나 에어컨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조사 직원이 방문해 제품을 점검한 결과 '냉각이 되지 않는 것은 설치 하자로 가스가 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며 배 씨의 작업을 탓하기만 했다고.


▲제품 고장의 원인은 에어컨 자체의 하자로 인해 냉매 가스가 새 나갔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배 씨는 도무지 설치 상의 하자를 찾아낼 수 없었지만 정상작동이 되지 않자 다시 배관을 갈고 가스를 다시 주입했지만 에어컨 냉각기능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거듭 항의를 받아 이후로 3차례 더 출장 서비스를 나가 수 시간을 지켜본 끝에야 설치상의 하자가 아닌 제품 자체 내부에서 가스가 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 씨는 "제조사에서 제품 하자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설치 탓으로만 돌리는 바람에 애꿎은 나만 욕을 먹었다"며 "억울하게 부품을 교체하고 가스를 주입한 것도 모자라 소비자의 모진 항의를 다 감수했는데 삼성전자 측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인 결과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 자사 직원이 하자를 발견하지 못해 설치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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