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자동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럭셔리카만 상승세라는 CEO스코어의 보도다. (http://www.ceoscoredaily.com/news/article.html?no=668)
CEO스코어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플래그십 세단(대표 브랜드 세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다임러, BMW, 폭스바겐, 현대기아자동차 등 4개 글로벌 자동차그룹의 고급 대형세단 판매량은 2011년 21만6천182대에서 지난해 20만2천200대로 6.5% 감소했다.
일반 서민들이 슈퍼카로 여기는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 현대 에쿠스의 판매대수가 같은 기간 20만6천459대에서 19만904대로 7.5% 줄어든 반면,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판매는 9천723대에서 1만1천296대로 16.2%나 증가했다는 조사다.
CEO스코어가 꼽은 럭셔리카는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3개 브랜드였다.
럭셔리카의 가격은 서민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벤틀리 컨티넨탈세단은 2억8천만~3억 원 가량이고,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4억7천만 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애마로도 유명한 마이바흐는 판매가격이 6억~8억 원에 이른다.
서민들이 보통 가장 비싼 차로 알고 있는 대형세단에 비해 2~5배 정도 비싸다.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는 1억2천만~2억7천만 원, 아우디 A8은 1억2천~1억4천만 원, 에쿠스는 7천만~1억1천만 원 선이다.
체급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슈퍼카인 셈이다.
이들 3개 브랜드의 공통점은 또 모두 독일차라는 점이다. 본넷 위에 승리의 여신상으로 유명한 롤스로이스는 한때 영국의 자존심이었지만 독일 BMW에 합병됐고 롤스로이스와 함께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의 귀족으로 받들어왔던 벤틀리도 독일 폭스바겐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세계 최고급 자동차 마이바흐는 독일 벤츠가 만들고 있다.
그럼 이런 럭셔리카는 일반 차는 어떻게 다를까?
대부분은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만들고 값비싸고 호화로운 전자기기와 인테리어를 갖춘 차가 럭셔리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재 거의 모든 자동차의 기술은 평준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미 다 알려진 기술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패키지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가 하는 전략 수립만 달라진다는 것이다.
럭셔리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독보적인 차별성은 없다는 얘기다.
럭셔리카의 기준은 되레 이런 하드웨어적인 차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찾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식견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와 전통을 어떻게 지키고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키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파르테논 신전을 모티브로 삼은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꼭대기 한가운데에 10㎝ 높이로 솟아 있는 여신상으로 유명하다. . 여신상은 바람결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옷자락과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갖춰 ’승리의 여신’ 또는 ’환희의 여신’이라 불린다.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롤스로이스의 중역 클로드 존슨이 1901년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찰스 사이크스에게 의뢰해 만들었다고 한다.
또 차체를 날렵한 보트 테일(boat tail) 유선형으로 만들고 거대한 휠을 장착하는등 귀족적인 위엄을 갖춰 럭셔리카의 반열에 올랐다.
벤틀리는 1920년대 혹독하기로 유명한 르망24시간 경주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로 명성을 떨쳤다. 이 같은 성과는 창업자인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ley)의 타고난 기술적 안목과 기계에 대한 남다른 철학에서 나왔다.
벤틀리 자동차는 높고 큰 사각형의 철망을 쓴 라디에이터 그릴에 투박하지만 튼튼한 차로 1920년대 영국 대형 자동차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고급 승용차이면서도 스포티한 컨셉트를 위해 원형 헤드램프를 채용하고 장식을 배제한 스타일은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한 롤스로이스와 확연히 대조되지만 나름의 역동성이 강조돼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마이바흐는 1930년대 독일 풍미했던 호화 자동차 브랜드를 벤츠가 2000년대 부활시켰다.
마이바흐 역시 사람이름으로 벤츠를 만든 다임러 자동차 회사의 유능한 엔지니어였다, 1909년 아들 칼(Karl)과 함께 마이바흐 자동차회사를 설립한 뒤 고급승용차 생산에 주력해왔다.
마이바흐는 대량 생산방식을 버리고, 고도로 숙련된 기능공들을 한 팀으로 구성한 뒤 독립된 공간에서 분야별로 책임을 맡아 자동차를 생산하는 수공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마이바흐를 주문한 사람은 자신이 주문한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마이바흐의 진면목은 실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주요 고객인 최고경영자를 겨냥해 항공기 일등석을 능가하는 안정감을 갖춰 그야말로 럭셔리카의 슈퍼카로 대접다고 있다.
현대차는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의 판매가 줄어 의기가 소침해 있다고 한다. 어깨를 견주는 BMW7 시리즈나 벤츠와 같이 불황의 여파를 맞은 것이니 현대차의 실책이랄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같은 럭셔리카가 나온다면, 전세계 매니아가 이 차를 타고 싶어한다면 대한민국 자동차 소비자로서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