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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종암아파트에서 팰리스까지…아파트 55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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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종암아파트에서 팰리스까지…아파트 55년의 진화
  • 이호정 기자 meniq37@csnews.co.kr
  • 승인 2013.03.2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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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어디였을까?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던 1958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근에 지어진 종암아파트가 효시로 꼽힌다.


논과 밭, 그리고 판잣집이 즐비했던 종암동 한켠에 고급스런 ‘아파트먼트’란 이름을 달고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들어섰는데 그게 바로 종암아파트였다.


서울시가 갖고 있던 땅에 중앙산업이 1957년에 시공해서 1년 만에 우뚝 올린 종암아파트는 미국자본을 지원받았고 독일회사가 설계했다. 7,260여㎡ 대지 위에 3개 동 4~5층으로 구성됐고 152가구가 입주했다. 워낙 고급주택이다 보니 당시 정치인이며 예술인, 교수와 같은 상류층이 입주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종암아파트는 또 우리나라 아파트의 효시였던 만큼 국내 최초라는 여러 수식어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독자적인 기술로 처음 시공한 아파트, 최초로 수세식 변기를 설치한 아파트등이다.



당시 화장실이라 하면 으레 집밖에 따로 설치한 재래식 화장실이거나 도심의 경우 공동화장실이 전부였던 시대에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집안에 들어왔다는 것은 거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종암아파트가 얼마나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는지 그 당시 낙성식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축사를 했다고 한다.


아파트로서의 효시는 종암아파트지만 아파트를 단지 개념으로 건축해 본격적인 아파트 단지 시대를 개막한 건 주택공사가 서울 도화동에 지은 마포아파트였다.


마포아파트는 처음 설계시에는 10층 11개동 1158호 규모로 각 동마다 엘레베이터를 설치하고 중앙난방시스템을 적용하는 초현대식 주택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당시 전기나 물, 에너지가 부족하던 시점에 자원이 너무 한곳으로 집중된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엘리베이터 없는 6층으로 설계변경됐고 기름을 때는 중앙난방도 연탄 개별 난방으로 바뀌었다.


마포아파트가 종암아파트와 다른 점은 단지 안에 공원과 녹지, 운동장 등의 공간을 확보해 단지의 개념을 적용한 점이었다.


이래서 상류층이 산다는 아파트에 나름의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그 점이 입주민의 자부심을 더 크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아파트 문화는 1970년대부터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처음에는 종암아파트 마포아파트처럼 지역명을 딴 아파트가 건설되다가 점차 건설업체가 늘고 같은 동에도 여러 아파트가 건립되다보니 구별을 쉽게 하기위해 건설회사 이름을 딴 아파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5년 현대건설이 맨처음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고 이어 럭키개발(현 GS건설) 이 ‘럭키아파트’를 선보였다.


이후 쌍용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등이 회사 이름을 붙인 아파트를 내놓았다.


아파트 전용 브랜드가 등장한 건 1990년대 말이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가 대형화 고급화되면서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브랜드 개발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래미안’ GS건설 ‘자이’ 롯데건설 ‘캐슬’ 대림산업 ‘이편한 세상’ 대우건설 ‘푸르지오’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빌’ ‘~빌리지’란 브랜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환경과 조망권등이 아파트 선택의 주요 요소로 떠오면서 지형을 연상시키는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SK뷰’(SK건설) ‘굿모닝힐’(동문건설)같은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또 이때는 ‘~빌’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팰리스’ ‘~캐슬’등의 럭셔리 이름이 유행했다.


그러나 아파트 전성시대는 여기까지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뚝 떨어졌다는 CEO스코어 보도다. (http://www.ceoscoredaily.com/news/article.html?no=694)


4개 건설사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2008년 2천160만 원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천707만원으로 21%가량 빠졌다.


브랜드별로는 삼성물산 래미안이 3.3㎡당 2천59만원으로 나홀로 2천만원대를 유지해 선방했고 다음은 대우건설 푸르지오(1천732만 원) GS건설(1천685만 원) 현대건설(1천352만 원)순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2008년 대부분 2천만원을 넘고 최고 2천600만원에 달하기도 했던 시절과 격세지감을 보인다.


이게 지난 55년 한국 아파트의 진화 과정이다. 새로운 50년의 진화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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