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시 판매자의 빠른 배송을 유도하기 위한 규정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덫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마켓들이 소비자에게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발송 기한을 못박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 판매자들이 오픈마켓 측의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허위로 '발송 완료'표시를 하고 있는 것. 이에따른 소비자 혼란과 피해가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그 대금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재화 등의 공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 업체들은 판매자들이 기한 내 물품을 발송하지 못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옥션과 지마켓은 미발송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으며 피치못하게 발송이 지연되는 경우 고객에게 통보후 6일까지 발송하도록 하고 있다. 11번가와 인터파크 역시 결제 완료 후 3일 이내 미발송시 벌점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판매자가 패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실제 배송과 관계 없이 ‘발송’ 여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사례가 빈번해 소비자들이 정확한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오픈마켓 모두 허위표시를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밝혀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오픈마켓이 내건 '당일배송'에 판매자는 쩔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3월 급하게 필요한 수험서를 인터파크의 ‘당일배송’ 안내를 보고 오전에 주문했다.
수도권의 경우 오전 11시까지 주문한 도서에 대해서는 당일 베송이 된다고 안내되어 있었고 아니나다를까 그날 오후 '책을 발송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아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배송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책은 배송되지 않았고 배송조회를 해 본 박 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받지도 않은 책이 ‘배송완료’로 표시돼 있었던 것.
혹시 책이 잘못 배송된 게 아닌가 싶어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박 씨가 들은 답변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배송물량이 밀려 아직 발송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까지 꼭 배송하겠다”고 사과했다.
박 씨는 “급하게 필요한 책이라 일부러 온라인에서 '당일 배송' 조건을 확인하고 구입한 건데 허위정보를 기재해 소비자에게 혼란만 주는 것 같다”며 시스템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파크 도서는 자체 운영과 개별 판매자및 오픈마켓과 연결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건은 개별 판매자가 발송이 지연됐는데도 불구 임의로 발송완료로 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자가 허위표시하는 부분은 개별적으로 진행된 것이라 본사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 오픈마켓 결제 즉시 '발송 완료' 뜨는 이유 있었네
경남 김해시 외동에 사는 이 모(남.41세)씨는 오픈마켓의 배송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옥션에서 신발을 주문한 이 씨는 오전에 주문한 상품이 당일 저녁에 발송완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 물건이 배송되지 않아 운송장 번호를 조회했지만 3일째 같은 집하장에서 멈춰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택배회사 측으로 문의하자 애초에 물건이 발송된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판매자에게 문의하니 물건 출고가 늦어져 아직 발송조차 못했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발송 문자메시지에 대해 묻자 “3일 이내에 발송하지 않으면 오픈마켓 측으로부터 페널티가 가해지기 때문에 임의로 처리했다”며 허위 등록을 사과했다.
기다리다 지쳐 구매 취소한 이 씨는 “발송이 늦어진다고 미리 안내받았다면 다른 곳에서 구매했을 것 아니냐”며 "현재 시스템은 허위 발송 제재는 커녕 오히려 허위 등록을 유발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상 결제일로부터 3일 이내에 상품을 발송해야 하기 때문에 발송기일을 지키지 못한 판매자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발송이 늦어지는 경우 지연여부를 구매자에게 통보하고 6일까지 발송하면 되는데 발송지연 통보를 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덧붙였다.
◆ 오픈마켓 '배송확인 시스템' 무용지물, 패널티 피하려고 무작위 등록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청약을 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재화등의 공급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소비자가 그 대금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재화 등의 공급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배송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정을 마련해 둔 것이다.
통신판매인 오픈마켓 역시 명시된 기간 안에 발송을 완료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각 판매자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시스템을 업체 자율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운영시스템에는 중대한 허점이 있다. 오픈마켓 측의 패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판매업체들이 허위로 ‘발송완료’를 등록하고 있기 때문. 결국 일정에 맞춰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허위 배송 정보에 기대 하염없이 제품만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또한 배송지연에 따른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것 역시 문제다. 오픈마켓 측은 기간내 발송해야 한다는 원칙만 세워둘 뿐 수천개가 넘는 판매업체의 허위표시를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일배송' 등을 믿고 급한 일정에 따라 구매한 제품을 실제로 받지 못해도 그에 따른 어떤 책임이나 보상도 물을 수 없다. 오히려 배송이 늦어져 필요가 없어진 제품을 취소하느라 반품 배송 비용만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