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손 모(남)씨는 최근 건조해진 날씨 탓에 가습기를 사용하다가 특이한 ‘안내 문구'를 발견했다. 위생을 위해 좀 더 깨끗한 물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정수기물을 받아 사용했는데 주의사항에 ‘정수된 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수돗물을 사용해도 되는지 궁금해 업체 측에 문의하니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 성분이 세균 번식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며 정수기물이 아닌 수돗물을 권했다.
몇년 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망사고가 벌어진 뒤로 정수기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제조사측에 정수기물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을 받아두고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세균 번식이 쉬운 정수기물보다는 수돗물이 더 안전하다. 다만 가습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히 사용이 간편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음파 가습기는 정수된 물보다 수돗물이 세균번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가습기는 크게 초음파 가습기, 가열식 가습기, 자연증발식 가습기로 나눌 수 있다.
초음파 가습기는 진동자를 이용해 물분자를 쪼갠 뒤 환풍기를 통해 공급받은 공기에 실어 내보내는 방식이다. 가열식에 비해 소음이 적고 안전해 최근 초음파 가습기 제품을 내놓은 업체들이 많아졌다.
정수된 물이 피부에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돗물에 있는 염소 성분도 함께 걸러지기 때문에 주변 공기가 오염돼 있을 경우 세균 번식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초음파 가습기 업체들은 제품에 ‘정수된 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가습기의 '가습량'을 측정하는 것 역시 수돗물을 기준으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물에 포함돼 있는 미량의 석회질로 인해 ‘백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습기 내부뿐 아니라 전가기기들을 하얗게 변색시킬 수 있어 잦은 세척 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열식 가습기는 말 그대로 물을 가열해 수증기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물을 높은 온도에서 끓이기 때문에 세균이 발생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가열식 가습기는 정수된 물을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증기가 뜨거운 탓에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가열식과 초음파의 장점을 합친 복합식 가습기나 물을 자연스럽게 증발시켜 필터에 거른 후 내보내는 자연증발식 가습기가 있는데 세균번식을 막는 데는 수돗물이 역시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습기 자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 관계자는 “가습기 내에 물을 오래 보관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확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매일 신선한 물로 교체하고 가습기 본체 자체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가습기 시장은 윤남텍 등 중소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웨이, 위닉스, 위니아 등에서는 공기청정기능과 가습기능이 합해진 에어워셔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