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저가항공 수하물 파손 보상 약관 개정 '눈가리고 아웅'
상태바
저가항공 수하물 파손 보상 약관 개정 '눈가리고 아웅'
'일상적 취급과정', '사용가능' 등으로 책임 회피
  • 안형일 기자 ahi1013@csnews.co.kr
  • 승인 2016.01.21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백 모(남)씨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제주도를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맡겼던 수하물의 본체 밑부분이 깨져 떨어져 있었다. 해당 항공사 측에 파손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완파' 또는 '사용할 수 없을 시'를 제외하고는 불가하다고 잘랐다. 밑이 깨진 가방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고 강하게 따지자 본사 측을 거쳐 5천 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백 씨는 "캐리어의 밑부분이 아예 떨어져 나갔는데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니...보상금이라고 주는 5천 원은 대체 어떻게 책정된 금액인지 모르겠다"고 불쾌해 했다.

# 국내 저가항공을 이용해 대만 여행을 다녀온 양 모(여)씨도 수하물 보상 문제로 항공사 측과 마찰을 빚었다. 가방의 손잡이는 완파된 상태였고 한 쪽 바퀴가 깨져 있어 다음날 항공사 측에 사진을 찍어 보내며 보상을 요구했지만 역시나 규정상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직원이 안내한 규정을 살펴보니 '일상적인 취급과정 중 발생한 파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양 씨는 "손잡이가 완파되고 바퀴가 부러지는 게 일상적인 취급과정 중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수하물 손잡이 파손.jpg
▲ 파손된 수하물 손잡이 부분

국내외 저가항공사들의 수하물 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저가항공 이용중 수하물 관련 소비자 민원이 늘자 보상범위 확대를 시정 권고했지만 약관 수정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구를 일부 수정하긴 했지만 파손에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회피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들은 그동안 위탁수하물 피해 중 손잡이나 바퀴 등 파손되기 쉬운 부분의 보상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약관 조항을 운용해오다 공정위의 시정 권고 후 약관을 수정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제주항공이 관련 약관을 수정했고 다른 항공사들도 실태조사를 통해 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 항공사마다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가방 손잡이, 바퀴 등의 파손에 책임을 지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다'라는 기존 약관 조항을 '항공사 측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일상적인 취급 과정 중 발생한 손잡이, 바퀴 등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로 수정했다.

하지만 '고의나 과실이 아닌 업무처리 과정'이라는 기준이 애매해 피해 발생 시 보상받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또 긁힘, 흠집, 눌림, 일반적인 마모 등도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항공사와 소비자 간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는 "탑승하러 가는 도중 우연히 수하물 싣는 것을 봤는데 거의 던지다시피 하더라"며 "빠른 처리를 위해서라고 해도 혹시 내가 맡긴 가방도...라는 걱정을 쉽게 떨치지 어려웠다"고 말했다.
3718633218_Ib4XK5mR_20160106_0055425B15D.jpg
▲ 파손돼 떨어져나간 수하물 본체 밑부분
저가항공 관계자는 규정상 일반적인 처리과정 중 발생한 부분 파손은 보상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바퀴나 손잡이, 자물쇠 등 부분 파손 외에 본체에 손상이 커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만 보상하고 있다"며 "그 외에는 항공사의 배상책임이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5천 원에서 1만 원가량 지급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보상 범위 내로는 수하물의 영수증을 제출하면 사용기간과 금액을 기준으로 감가상각해 보상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보상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기준도 입장에 따라 다르다 보니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본체의 부분파손이나 눌림 등의 피해는 '사용가능'이라는 항공사 측과 외관상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고 일부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에 '사용불가능'이라는 소비자의 입장이 마찰을 빚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업무계획이 잡히는대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제주항공 시정명령 이후 불공정 규정이 있다면 다른 항공사들도 스스로 보완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접수된 신고 상황을 살펴보고 업무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