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가입 후 미처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병력을 뒤늦게 추가 고지했다면 보험사는 '계약 전 알릴의무'를 근거로 일방 해지할 수 있을까?
서울 도봉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해 11월 텔레마케팅을 통해 H생명 암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본인에게 '혈뇨'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보험사에 알렸다. 보험금 수령 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뒤 해당 보험사에서는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며 최 씨에게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가입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태라 해지환급금도 거의 없었다.
최 씨는 본인이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라 뒤늦게 기억이나 보험사 측에 스스로 병력을 자진신고한건데 고의가 아니라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약관 상 계약 전 알릴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만약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끝까지 알리지 않았을텐데 가입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알렸기 때문에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보험 유지 조건이 안된다면 그동안 불입한 보험료만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난감해했다.
각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보험 가입 시 과거 병력 또는 검진 이력을 보험사에 알려야하는 '계약 전 알릴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유병자가 가입하면 그만큼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과거의 질병, 현재의 질병이나 장애 상태 등 발병에 관한 사항으로 직업이나 운전여부, 음주나 흡연 등도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명보험표준약관상 소비자가 보험계약 당시 고의 또는 중대과실로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은폐했을 경우 보험사 약관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특히 가입초기에 해지됐다면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계약 전 알릴의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있다.
먼저 보험사가 계약 당시 소비자가 고지하지 않은 증상을 인지했거나 보험사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소비자에게 귀책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 보험사 마음대로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
보험사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보험사가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보장개시일로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났다면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일방적 해지가 불가능하다. 진단계약의 경우는 그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든다.
지급사유와 관계없이 보험계약 후 3년이 지나면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최 씨의 사례는 계약 후 5개월 만에 발생했기 때문에 병력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해지 사유에 해당되지만 고의 여부에 따라 상법상으로 처리해야 해 임의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 씨가 혈뇨 사실을 고의로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사의 일방적 해지가 가능하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양 측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어 보험사 측의 해지사유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