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표 권오갑, 강환구)이 지난해 조선사업 뿐만 아니라 플랜트와 엔진기계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극심한 수주난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사업부문 모두 수주실적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역시 수주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총 수주실적은 91억4천6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7% 급감했다. 조선, 해양, 플랜트 등 조선관련 사업부문의 수주난이 심했다.

조선 부문은 38억7천7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전년비 35% 감소했고, 해양 부문은 3억9천500만 달러, 플랜트 부분은 3억1천600만 달러를 수주하며 각각 74% 감소했다.
조선관련 사업에서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부 모두 수주가 감소했다. 엔진기계 부문이 전년비 47% 감소한 것을 비롯해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사업부도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엔진기계 부문은 조선해양 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수주실적이 고전했고, 타 사업부는 조선과는 관계가 적지만 거시경제의 어려움 등 복합적 요인으로 수주실적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지난해 초에 세웠던 원래 수주목표액의 30%를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수주 목표액을 195억달러로 세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연말을 앞둔 11월에 수주 목표액을 95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주량이 91억 달러에 그치면서 하향조정한 수주목표액도 달성하지 못했다.
수주난 영향으로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말 수주잔량은 전년비 32% 급감한 361억 달러까지 급감하며 1989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3위로 떨어졌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조사결과 지난 연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595만 톤, 135척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일본 이마바리 조선그룹에 이어 세계 3위에 그쳤다.
이러한 수주난은 올해에도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매출목표가 14조9천561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 목표보다 30% 낮춘 것으로,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수준이다.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과 매출 감소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 매출목표를 대폭 낮춘 것이다.
올해 수주목표 역시 대폭 낮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목표는 106억 달러다. 지난해 수주량 대비 16% 높게 잡은 것으로 수주난 상황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달성 가능성이 지난해보다는 훨씬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해에도 수주환경이 녹록치 않다. 올 들어 지난 1월에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수주한 선박과 해양 플랜트는 단 4척. 지난해 1월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나은 실적이지만 2년 전의 1/5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수주 가뭄은 지속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7년 상반기 생각보다 약한 수주상황을 감안 시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목표주가를 16만 원으로 14% 하향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조선업의 올해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목표 달성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수주난을 '분사'라는 초강수를 통해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달 2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분사작업을 마무리 하고, 각 업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수주에 박차를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너무 조선쪽에 집중돼 있었지만 분사 후에는 사업부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꾸릴 수 있게 돼 의사결정이 신속해 지고 영업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며 수주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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