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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지연·결항으로 휴가 망쳐도 보상 받기는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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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지연·결항으로 휴가 망쳐도 보상 받기는 '막막'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7.08.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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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임 모(남)씨는 7월 말 여름휴가로 필리핀에 가려다 비행기 연착으로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항공사의 사정으로 2차례 지연돼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고. 오후 7시에 현지업체로부터 렌트카를 인계받기로 했지만 약 4시간 가까이 늦어지는 바람에 예약이 취소됐고, 어렵게 찾아간 숙소 역시 체크인이 불가능했다. 임 씨는 “항공기 지연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모든 일정에 차질을 빚었는데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항공기 지연으로 소비자들은 여행일정이 크게 어긋나 휴가를 망치거나 심지어 금전적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지만정작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여행을 망쳤다거나 휴가 후 일상으로 제 때 복귀하지 못해 엉망이 됐다는 피해 호소가 주를 잇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항공기가 30분 넘게 이착륙하지 않는 ‘항공기 지연율(국내선 기준)’은 11.7%에 달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10번 중 1번은 여전히 예상치 못하게 지연된다는 것이다. 항공사별로는 진에어 지연율이 18.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스타항공은 5.5%로 지연율이 가장 낮았다.

1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국제선 지연율은 3.4%에 달했다. 사드 영향으로 인해 중국 노선 운항편수가 줄면서 지연율이 감소했지만 유럽, 중동‧아프리카 노선의 경우 더 늘었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교통 관련 상담‧피해구제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천599건,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318건에 달했다.

이중에서 항공권 취소로 인한 수수료 분쟁이 187건(58.8%)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지연‧결항으로 인한 피해가 76건(24%)로 뒤를 이었다.

◆ 국내·국제선 2시간 이상 지연 보상 논의...예외조항 적용하면 사실상 제로

국토교통부는 국내선의 경우 30분 기준, 국제선은 1시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항공사에 더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국내선 ‘운송 지연’의 경우 2시간이 지나야 운임의 20%를, 3시간이 지났을 경우 30%를 보상받을 수 있다. 국제선도 2시간 이상~4시간 이내 운송 지연의 경우 운임의 10%, 4시간 이상~12시간 이내 20%, 12시간이 지났을 경우 3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상상태가 좋지 않거나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 관계, 안전 운항을 위한 예견치 못한 조치 및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운항을 늘리면서 정비 불량으로 인한 지연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예외 조항으로 인해 면피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상 악화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이 아닌 공항 사정이나 항공기 정비 문제까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무리한 운항 일정을 잡아 수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정비 부실의 문제를 소비자에게 모두 전담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최근엔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인한 지연 및 결항 역시 소비자의 피해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연세대공익법률지원센터 등 소비자 단체는 진에어를 대상으로 항공기 결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측은 “반복적인 지연과 결항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소비자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항공사에 경각심을 주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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