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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브랜드로 분양해도 시공사 따라 선호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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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브랜드로 분양해도 시공사 따라 선호도 엇갈려
'원조'보다 브랜드 공유 시공사의 청약경쟁률 높아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20.01.13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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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브랜드를 공유해 사용하더라도 청약경쟁률은 시공사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랜드를 빌려 쓴 시공사가 원조격인 시공사보다 청약률이 높은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러 시공사가 공유하는 주요 브랜드로는 '힐스테이트'(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와 'e편한세상'(대림산업·삼호·고려개발), '두산위브'(두산건설·두산중공업), '효성해링턴'(효성·진흥기업), '우방 아이유쉘'(우방·우방산업·우방건설) 등이 있다. 

2~3개의 시공사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공급수와 청약률 면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의 3년간 공급세대수(아파트투유 청약정보 기준)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시공사의 공급수가 3만3395세대로 브랜드를 빌려 쓴 시공사(1만3095세대)보다 155% 많았다. 반면 평균 청약경쟁률은 브랜드를 빌려 쓴 시공사가 15.2대1로  브랜드 소유 시공사(10.2대1)보다 5.2p 더 높았다.

아파트 브랜드 청약경쟁률.png

브랜드별로 보면 힐스테이트와 e편한세상은 계열사들의 청약경쟁률이 브랜드 소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크게 상회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지난 3년 간 1만3835세대를 공급했는데 여기에 21만5224건의 청약이 몰리면서 1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5662세대를 공급한 현대엔지니어링은 13만8534건의 청약이 접수돼 2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청약경쟁률은 힐스테이트 전체 경쟁률(18.1대1) 보다도 6.4p 높은 수치다. 

e편한세상은 고려개발의 청약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려개발은 지난 3년 간 1051세대를 공급했는데 5만4553건의 청약이 몰리면서 51.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대림산업(11.8대1)의 4.3배, 삼호(8.8대1)의 5.9배 높은 수치다. 대림산업은 전체 75.6%에 달하는 1만2194세대를 공급해 물량 면에선 크게 앞섰지만 내실을 챙기지 못했다.

두산위브와 효성해링턴, 우방아이유쉘은 브랜드 보유 시공사가 물량과 청약경쟁률 등 모든 면에서 계열사들에 비해 한 참 앞섰다. 

두산건설은 지난 3년 간 두산위브 브랜드로 4191세대 아파트를 공급해 16.7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브랜드를 빌려 쓴 두산중공업은 2388세대를 공급했지만 경쟁률은 2.6대1에 불과했다. 보통 공급 물량이 많을수록 경쟁률이 낮아지기 마련임을 감안하면 두산중공업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방아이유쉘의 상황도 비슷하다. 브랜드 소유 시공사인 우방은 1663세대를 공급했는데 7936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계열사인 우방산업은 996세대를 공급한 결과 최종 2.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우방건설도 우방아이유쉘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분양을 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효성해링턴 브랜드를 사용하는 진흥기업은 조사 대상 시공사 중 유일하게 청양경쟁률이 0.9대1로 1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체 공급한 물량보다 청약건수가 적다는 의미로 미달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브랜드 소유 시공사인 효성 역시 2.4대1로 경쟁률이 높지 않은데 같은기간 1512세대를 공급한 결과 3668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 공략 지역 등 변수 따라 분양실적 차 발생...무분별한 공유 시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건설업계에서는 이처럼 분양실적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각사마다 공략 지역은 물론 마케팅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의 경우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사업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분양가상한제 등 다양한 변수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추이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산위브 브랜드의  두산중공업은 지난 8월 분양한 서울 등촌을 제외하면 비인기지역인 경남과 경북에 물량이 집중돼 있다. 특히 양산 두산 위브 2차 1단지와 2단지, 경주 두산위브 트레지움이 위치한 양산시와 경주시는 주택보증공사(HUG)에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포함시킨 곳이다.

무분별한 공유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공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시공사에 브랜드를 공유했다가 자칫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브랜드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관계사 간 브랜드 공유가 활발하지만 빌려가는 주체가 보통은 더 작은 규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품질로 인한 브랜드 훼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일부 업체에선 브랜드 공유 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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