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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장형진 고문 일가 사실상 장악...최창걸 일가 딴살림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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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장형진 고문 일가 사실상 장악...최창걸 일가 딴살림 차릴까?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2.1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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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이 지난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창업 2세인 장형진 고문 일가가 사실상 지주사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확보하면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형진 고문이 지난해 말부터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고 나섬에 따라 최창걸 명예회장 일가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주려는 배려가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고문은 지난해 12월 20일과 31일 각각 9931주, 1만1000주의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했다. 장 고문의 지분율은 4.51%에서 4.40%로 떨어졌다. 장 고문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고문의 고려아연 지분매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영풍그룹 지배구조가 최 씨 일가와 ‘한 지붕 두 가족’의 공동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탓이다.

영풍그룹 지주사 영풍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74.05%로 지배력이 매우 공고하다. 장형진 고문 일가 지분이 55.63%,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가 18.42%다.

영풍그룹의 대표 계열사는 사업지주인 (주)영풍과 고려아연 두 곳이다. 이들은 모두 아연, 연 등 비철금속제련업을 영위한다. 국내 아연 생산량의 90%를 두 곳이 담당한다.

장형진 고문 일가는 (주)영풍과 인쇄회로기판 제조사 코리아써키트, 반도체소자 제조업을 영위하는 시그네틱스 등의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창업 3세인 장세준 사장이 전문경영인과 함께 경영하고 있다.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는 고려아연과 펌프·밸브를 제조하는 영풍정밀의 경영을 맡고 있다. 영풍정밀은 최창걸 명에회장의 동생인 최창규 회장이 오너경영 중이다.

1949년 황해도 출신의 동향인 고(故) 장병희 창업주와 고(故)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해 만든 무역회사 영풍기업을 전신으로 하는 영풍그룹은 공동경영 체제 하에 자산총계 12조 원, 재계 26위의 대기업그룹으로 성장했다.

영풍은 각 집안의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창업 후 3세 경영으로 이어지는 70년 동안 아무런 잡음 없이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장형진 고문으로부터 장세준 사장으로의 자산 승계율은 약 52%다. 최 씨 일가도 41%로 3세로의 승계가 상당부분 진행됐다. (주)영풍의 최대주주는 3세인 장세준 사장(16.89%)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영풍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면서 두 집안 간 지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풍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과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의 굵직한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모두 해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맞춰 장 고문은 지난해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린상사의 영풍 보유 지분 10.36%를 인수하며 고리를 끊었다.

영풍문고와 영풍개발이 관여된 고리는 (주)영풍이 보유한 지분을 영풍문화재단과 계열사 씨케이에 넘기면서 2018년 순환출자가 해소됐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에서 (주)영풍에 대한 두 집안 간 지분율 격차는 눈에 띄게 커졌다.

2017년 말 (주)영풍에 대한 장 씨 일가의 지분율은 45.27%, 최 씨 일가는 28.57%였다. 현재는 장 씨 일가의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반면, 최 씨 일가는 서린상사 고리가 해소되면서 지분율이 10%포인트 떨어졌다.

그 결과 두 집안의 지주사 지분율 격차는 16.7%포인트에서 37.21%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장형진 고문 일가 입장에서는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이라 굳이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갈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지분구도가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면서 3세 승계 과정에서 두 집안이 분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장 고문은 지난해 말 고려아연 주식을 처음으로 매도하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최 씨 일가에게 밀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추후 두 집안이 보유하고 있는 (주)영풍과 고려아연 지분을 정리하며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최 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가치는 2019억 원(10일 종가 기준)이고, 장 씨 일가가 지닌 고려아연 주식가치는 4968억 원이다. 장 고문 등은 고려아연 주식 5.96%를 보유했다.

고려아연은 (주)영풍이 26.91%로 최대주주지만, 최 씨 일가가 경영에 참여 중이고 지분도 15%가량 보유했다.

이에 대해 영풍그룹 측은 공동경영 체제 유지 및 계열분리 등에 대한 것은 오너 일가의 결정사안이라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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