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무관하게 조달금리가 오히려 상승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깡통계좌'가 양산되는 등 리스크가 커지는 바람에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17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공시한 28개 증권사 중 실제 금리를 인하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1일부터 융자기간 1~7일 구간 금리를 기존 4.4%에서 3.9%로 0.5%포인트 인하했다.

현재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기간별로 3.9%에서 11%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최단기간인 1~7일 기준으로 신한금융투자가 3.9%로 가장 낮고 케이프투자증권이 8.5%로 격차는 2배 이상이었다. 다만 케이프투자증권은 전 구간 단일금리로 책정해 오히려 기간이 길수록 실질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기준금리와 연동되지 않고 각 증권사마다 자금 조달 방식이 달라 일률적인 인하 또는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자금조달을 전자단기사채나 기관간 Repo매도, 일반 회사채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 달 기업어음(CP) 금리가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달 17일 1.37%였던 CP금리(91일물, 만기A1등급 기준)는 지난 3일 2.23%까지 13일 연속 상승하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조달금리 인하 여유분이 없어 단순히 기준금리 인하와 연동해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증가로 인한 부실채권 급증에 대한 우려도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매수금액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융통하는 구조인데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융자의 담보가치가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1차로 부족 금액에 대한 추가 납부를 요구하게 된다. 이후에도 추가담보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는 담보로 사들인 주식을 차액 만큼 파는 '반대매매'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1달 간 투자자가 결제대금이 부족해 증권사에서 부족한 대금을 대신 결제해준 '위탁매매미수금' 규모는 일평균 2000~3000억 원, 이 중 미수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도 일평균 100~200억 원대를 상회했다.

문제는 주가 하락폭이 너무 커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경우 추가 주식매각에 증거금까지 회수한 '깡통계좌(무담보 미수채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 급락으로 하한가에도 매매가 안돼는 종목이 발생하면 주식 강제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받아내기 힘들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달리 조달금리가 크게 올랐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커져 깡통계좌가 속출하는 등 부실채권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7일 이내 신용거래융자에 대해 연 7~8% 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용거래융자 고객에 대해 '반대매매'라는 안전장치를 장착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상 신용거래융자 금리에서 변동성이 큰 '가산금리'는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산출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투자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금리가 산정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은 불만이다.
특히 다수 증권사들은 신규 도는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무료' 또는 '저금리'를 적용하는 판촉 이벤트도 상시적으로 열어 고객들에게 신용거래융자 사용을 유도하고 있어 반대매매 증가를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 실패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