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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상 옵션 빌트인 가전, 고장나면 책임은 건설사?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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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상 옵션 빌트인 가전, 고장나면 책임은 건설사? 제조사?
AS 접수는 건설사, 수리 책임은 가전사 '혼란'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20.04.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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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시 유상옵션으로 빌트인 가전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민원도 늘고 있다. 문제 발생 시 건설사와 제조사로 접수 및 수리 책임의 주체가 나뉘면서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선분양 특성상 입주일자 기준  최신 제품이 아닌 묵은 제품 설치되는 경우가 빈번한데다 폐쇄적인 설치 구조 특성 상 품질 만족도가 떨어져 불만이 높다.

부산시 기장군에 거주하는 장 모(여)씨는 지난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일광자이푸르지오’에 입주했다. 분양 당시 LG전자의 빌트인 광파오븐렌지를 포함한 다양한 유상옵션을 선택했다.

입주 후 3회 가량 사용한 광파오븐레인지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고장이 발생했다. GS건설 서비스센터 측으로 AS를 요청해 조치받았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장 씨는 “GS건설 서비스센터에 접수했더니 LG전자 수리기사가 방문해 조치했지만 다른 부분에 문제가 다시 생겼다”며 “계속 고장이 발생해 LG서비스센터 측에 교환 신청했지만 대상품목이 아니라는 답변만 받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 고장 시 건설사는 콜센터 개념으로 접수를 하고 직접적인 연결은 가전 제조사와 이뤄진다"며 "실내 마감 등과 달리 유상 옵션으로 선택한 가전은 건설사가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빌트인 가전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입주일 기준 2년'이다. 고장에 대한 수리는 건설사가 직접 못하기 때문에 가전제품 납품 업체에 위탁해  진행한다.

법률 상에는 반복 고장으로 인한 교환 기준도 명시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제조사의 보증제도 또는 공산품 관련법에 따라 AS를 받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일반 가전은 동일 고장 3회 째 교환 및 구매대금 환불을 진행해야 한다.

◆ 빌트인 가전, 묵은 모델에다 설치 환경 문제로 사용 만족도 낮아

빌트인 가전은 일반 가전 대비 내구성과 품질면에서 만족도가 낮다. 인테리어와의 조화에 신경 쓰다 보니 열을 배출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단체 납품 제품이다 보니 성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빌트인 냉장고의 경우 발열 공간이 부족하면 기계 수명이 짧아지거나 화재 발생 위험도 있다. 시스템에어컨 역시 배관 확보가 잘 되지 않아 누수 문제로 벽지와 장판이 손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2018년 9월 현대건설의 세종 힐스테이트에 입주하면서 삼성전자 빌트인 냉장고 옵션을 추가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냉장도 및 냉동고가 작동을 멈췄고 보관 중인 음식이 상해버렸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측 수리기사가 방문해 AS를 진행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결국 환불을 신청했다.

박 씨는 “첫 수리 때 완벽하게 고쳐지지 않아 이후 여러 번 AS를 진행했지만 소용이 없어 환불을 신청했는데 이마저도 감가된 금액만 돌려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와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AS 보증기간이 지난 경우 수리비가 비싸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 가전의 경우 서비스센터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소비자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빌트인 가전의 경우 그런 방법도 거의 없다.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가전 수리를 위해 가구를 일부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이같은 문제는 분양 당시 건설사들이 선분양이라는 이유로 계약 시 모델명이나 제조일자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문제와 맞물려 제품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착공 후 준공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분양이 주를 이루는 국내 분양시장에선 준공일 기준 구형 제품을 옵션으로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빌트인 가전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품질 경쟁력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건설사들이 옵션으로 제공하는 만큼 책임있는 공급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세계 빌트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450억 달러(한화 약 54조 원)에 달한다. 이중 한국 시장의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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