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불완전 판매'의 온상으로 꼽혔던 보험대리점(GA)들은 최근 정규직 카드를 내세우는 등의 개선 노력으로 상위 업체 설계사 정착률이 60%를 훌쩍 넘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GA보다 소비자 보호 시스템 관리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6개 보험사들의 13회차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43.2%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올랐다.
13회차 설계사 정착률은 신규 설계사 대비 1년 후 회사에 남아있는 설계사 수를 계산한 것이다. 설계사 정착률이 높을수록 1년 안에 그만두는 설계사가 적다는 의미다.
설계사가 타사로 이직할 때 본인이 계약을 맺었던 소비자에게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설계사 정착률이 낮으면 그만큼 계약 유지율이 낮아진다. 또한 계약 후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업종별로는 21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설계사 정착률이 35.4%로 15개 손해보험사 48.7%보다 13.3%포인트 크게 낮았다.
주요 GA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지에이코리아 설계사 정착률 66.4%, 엠금융서비스 63.06%, 유퍼스트보험마케팅 72.5%, 퍼스트에셋 67.17%, 비엡시금융서비스 60.17%, 삼성화재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 77.6%, 영진에셋 75.37% 등 상위 20대 GA 가운데 설계사 정착률 60%가 넘는 곳이 7곳에 달했다.
20대 GA 가운데 설계사 정착률이 보험사 평균인 43%보다 낮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처브라이프생명은 파일럿 형태로 운영했던 ‘모바일 에이전시’ 영업채널에 있는 설계사 수가 함께 집계돼 설계사 정착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처브라이프생명의 모바일 에이전시는 전통적인 영업채널이 아닌 설계사가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투잡도 가능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줄이겠다는 파격 실험이었지만 설계사 이동이 잦아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실험 형식으로 시작한 모바일 에이전시 소속 설계사들의 이직이 반영되면서 최근 설계사 정착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알버트 김 대표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 지표를 끌어올리면서 올해 1분기 기준 설계사 정착률은 20%까지 올라갔고 계약유지율도 8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KB생명은 설계사 정착률 12.1%, 푸본현대생명이 24.2%로 2~3위를 차지했다.
설계사 정착률이 50%가 넘는 곳은 단 10곳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곳은 DB생명으로 61.0%에 달했다.전년 대비 9.35%포인트 상승했다.
DB생명 관계자는 "2018년부터 CEO가 직접 참여해 신규 설계사들을 교육하는 비전 교육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박람회, 산모교실 등 영업지원을 강화한 것이 설계사 정착률을 높인 두 가지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해 불완전판매율과 계약유지율 등 소비자 보호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카디프손해보험이 59.3%, ABL생명 58.2%, DB손해보험 57.1% 등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