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고양이 결막염 치료 갔더니 안과 종합검진...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시제 표류 중 소비자만 골탕
상태바
고양이 결막염 치료 갔더니 안과 종합검진...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시제 표류 중 소비자만 골탕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5.25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산시 금정구에 사는 류 모(남)씨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를 개선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씨는 반려견의 외이도염 치료와 필수접종으로 A병원에서는 22만 원을 냈는데 B병원에서는 3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청구됐다며 기막혀 했다. 류 씨는 "B동물병원에 항의했지만 문제될 게 없다더라"며 "유기견이 왜 생기는지...결국 치료비가 한 몫 한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개선을 촉구했다.

# 서울시 사당동에 사는 박 모(여)씨는 고양이 눈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과잉 진료를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와 달리 고양이 눈에 눈물이 고여 있어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결막염 초기로 진단 받았다. 청구된 병원비는 18만 원. 안과 관련 종합검진을 한 탓이다. 사전에 이런 내용에 대해 안내 받지 못했다는 박 씨는 “다른 수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과잉진료 측면이 있다 하더라”며 “사전에 안내받지 못한 검사항목에 대해 환불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 및 진료항목 표준화가 결국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해당사자 간 수 년간 계속돼 온 논쟁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는 반려동물 진료 전 반려인이 진료내용과 예상 진료비 등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진료항목 표준화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료용어나 진료행위, 진료항목별 절차 등이 각기 달라 이를 동일화하는 걸 말한다. 예컨대 같은 병을 두고도 병원마다 '광견병' '공수병' 등 칭하는 바가 달랐는데 이를 통일하는 작업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이같은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와 진료항목 표준화 등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 법안 발의가 4건에 이르지만 모두 계류됐다.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데는 수의계가 내놓은 진료 항목 표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탓으로 분석된다.

수의계에서는 동물진료체계 표준화 없이 진료비를 사전고지하는 것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소비자단체 등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를 위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최근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의사가 동물진료비를 사전에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이해관계자들이 다시 충돌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의사는 수술, 수혈 등 반려동물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진료를 할 경우 진료내용, 진료비 등을 동물 소유자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간단한 진료부터 표준화된 다빈도 진료까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진료에 대한 비용을 책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진료항목의 진료비용을 반려동물 소유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정안 입법예고 후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전국연맹,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권익포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소비자단체로 구성된 반려동물연대회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양육비 부담없는 반려동물 양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는 “전체 국민의 4분의 1인 1000만 반려동물 양육인은 지금도 여전히 안내받은 진료비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고, 심지어 진료비를 안내 받지 못하고 동물병원에서 청구하는 대로 반려동물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라고 할지라도 소비자의‘알 권리’와‘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소비자는 동물병원을 방문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양육인들이 소비자로서 합리적으로 적절하게 자신에게 맞는 반려동물 진료 및 관련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비로소 동물병원을 믿고 찾게 되는 것이라며 수의사법 개정안을 촉구했다.

많은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은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동물병원 진료에 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1회 평균 진료비용은 11만1259원이었고 소비자 10명 중 9명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동물병원 이용 관련 불만사항 조사에서도 ▲진료비 사전 미고지(14.5%) ▲과잉진료 의심(13.6%) ▲과다청구(12.3%) ▲진료비 편차(11.8%)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진료비에 대한 안내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결국 진료비 과다청구, 과잉진료 등 불만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를 사전에 알리고 고지한대로 이뤄진다면 소비자도 진료비 부담을 적게 느끼고 과다청구로 인한 불만도 경감될 것이므로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시·공시제 도입과 진료비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게 소비자단체 입장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동물의료는 사람의료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 사전고시가 해답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수의사회는 소비자단체 성명에 유감을 표하며 낸 반박 성명에서 자신의 아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특성상 동물의료는 사람의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검사를 필요로 하고 초반에는 정확히 상태를 알기 어려워 진료가 진행되면서 질병의 경중에 따라 진료비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처음 안내보다 진료비가 증가하는 경우를 과다청구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청구를 제한한다면 수의사는 동물에게 있어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데 제한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반려동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년 전부터 정부에 요구해 온 진료항목 표준화는 진척이 없는 와중에 진료비 고지가 시행되면 현장의 혼란은 오롯이 동물병원의 책임이 될 거라고도 우려했다.

예컨대 스케일링을 할 경우 반드시 마취를 하게 되는데 진료비를 마취비와 시술비 등으로 세분화해 고지할건지, 시술비만 고지할 건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비 사전고지를 진행하면 혼란만 초래한다는 거다.

동물보호자의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과 공공 영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은 정부 발의 법안이다 보니 21대 국회 상임위에서 다시 추진해야 하며 법사위, 본회의 등 거쳐야 할 산이 많다. 수의계 반발도 만만치 않아 연내 통과될 가능성도 미지수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제각각인 것은 문제고 이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황이니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다만 전 대표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책정하는 건 매우 복잡한 사안이고 제각각인 이유도 있다. 그 이유를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진료 체계 표준화를 만들 필요는 있으나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공동대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로 논의가 오갔는데 통과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번 총선에서 여러 당이 반려동물 진료비 관련 공약을 내놓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수의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통과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제도를 시행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서로 조율해서 동시에 집행해나가야지 무엇 하나가 선결돼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규제심사를 거치게 된다며 이해당사자 간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