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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 · 신한금투가 감행한 라임펀드 선보상, 얼마나 확대될까?...증권사들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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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 · 신한금투가 감행한 라임펀드 선보상, 얼마나 확대될까?...증권사들 미온적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5.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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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조6000억 원 이상 환매가 중단되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사태)가 일부 판매사 중심으로 선제적 보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판매사들은 라임펀드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선보상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우려가 있어 주저해왔다.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들이 법률 검토 후 선보상에 나서면서 릴레이 보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신영증권·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은행권도 선보상 저울질... DLF 이후 분위기 바뀌어

25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 규모는 총 1조6679억 원에 이른다. 최근 라임자산운용이 부실운용으로 환매가 중단된 펀드 일부를 현금화해 지난 22일 603억 원을 분배했지만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턱 없이 적은 수준이다. 일부 펀드는 전액 손실 발생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로는 신한은행이 357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3248억 원), 우리은행(2769억 원), 대신증권(1076억 원) 등도 수 천억 원 가량 환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 금융회사별 라임펀드 판매규모
▲ 금융회사별 라임펀드 판매규모
일부 금융회사들은 투자금 일부를 '선지급' 방식으로 돌려주는 보상안을 꺼내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신영증권이 지난 3월 중순 '사적화해' 방식의 자발적 보상안을 마련해 개별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보상을 진행하면서 라임펀드 관련 선보상 방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명백히 드러난 DLF 사태와 달리 라임 사태는 운용상의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판매사 차원의 적극적 행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방안이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도 선보상안 카드를 꺼내면서 대열에 동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9일 라임국내펀드의 경우 손실액의 30%, 무역금융펀드는 원금 기준 개방형은 30%, 폐쇄형은 70%를 보상하는 자발적 보상안을 발표했다. 보상금액은 추후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따라 재정산 될 수 있지만 선제적 보상을 꺼낸 셈이다.

선보상을 꺼낸 두 회사 나름의 배경도 있다.

신영증권의 경우 '집사형 PB'를 표방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일찌감치 형성했던터라 선제적인 보상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사태의 책임을 지고 김병철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제적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운용 무역금융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제공하는 등 라임사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다른 증권사와 달리 리스크를 안고 선보상에 임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은행권에서도 라임펀드를 판매한 7개 은행이 손실액 30%를 선보상한 뒤 펀드 평가액의 75%를 지급하는 공동 선보상안을 마련해 개별 은행 이사회를 거쳐 시행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지난해 DLF 사태부터 금융투자상품 불완전 판매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식시키고 투자자보호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선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라임펀드 외에도 환매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기업은행이 일부 선지급을 검토중이다.

DLF 사태의 경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고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자들과 보상 협의를 했지만 선보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 일부 금융회사들의 라임펀드 관련 선보상이 DLF 사태보다 더 앞서나간 상황이다.

◆ 법률적으로는 미비점 많아... 회사별 대응은 온도차

그러나 모든 금융회사들이 똑같이 선보상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융투자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들은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 불완전판매 내지 사기 판매가 확정되지 않았고 금감원 분쟁조정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차원의 선보상을 명분으로 가지급하기에는 리스크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대부분 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와 이사회의 반발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투자책임 원칙이 적용되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점에서 선례를 남기기도 부담스럽다. 

선보상에 나선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초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했고 정상운용으로 오인하게 해 판매를 지속했다는 점이 파악됐고 내달 무역금융펀드 문제로 금감원 분조위가 개최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체 라임펀드 판매액은 신한은행이 가장 많지만 무역금융펀드로 한정지으면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이 판매한 무역금융펀드는 금감원에서도 사기 혐의가 명백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전직 PBS본부장도 구속되는 등 선보상에 대한 압박과 명분이 충분했던 상황"이라면서 "사기 판매 등 아직 명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사 입장에서 선보상을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개인보다 법인 판매가 많은 증권사 특성상 소비자보호 문제를 앞세워 선보상을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도 미온적 대응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라임펀드를 판매했던 은행들은 판매액 다수가 개인투자자들 대상이었고 원금 보장형 성향이 상대적으로 짙은 은행 고객에게 판매됐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내지 사기판매 의혹이 짙을 수밖에 없다.

선보상에 대해 금융당국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 선보상에 대해) 사적화해에 해당하는 경우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점도 보상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라임사태 관련 선보상 역시 이사회의 결정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앞선 키코 분쟁의 경우도 금감원 분쟁조정안이 나왔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조정안 수용을 미루고 있는 것도 배임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규모가 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1일과 22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라임사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선보상 사례를 남기면 본업(금융투자업)에서 계속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보상 문제에 대해 부정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신한지주 계열사이지만 신한금융투자가 전향적으로 결정한 것과 달리 신한은행이 섣불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업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은 고객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라임 이슈의 경우 손실감내능력이 부족한 운용사가 엮인 문제라는 점에서 판매사들이 전향적으로 피해를 선 보상해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이사회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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