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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된 셋톱박스 등 통신장비 변상금은 무조건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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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된 셋톱박스 등 통신장비 변상금은 무조건 소비자 몫?
영업비밀인 '장비출고가'에 변상금 아리송
  • 김경애 기자 piglet198981@hanmail.net
  • 승인 2020.06.2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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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남 모(남)씨는 지난해 8월 이사를 위해 LG헬로비전에 IPTV이전 신청을 했고 '셋톱박스와 리모콘만 챙겨가라'는 안내대로 이삿짐을 챙겼다. 이사 6개월 뒤 LG헬로비전으로부터 이전 집 통신장비가 회수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거주자의 동의를 구한 후 기사가 방문해 회수하기로 했다고. 한 달 뒤 남 씨는 통신장비 미회수를 이유로 변상금 5만3000원을 청구받았다. 남 씨는 "셋톱박스 외 설치된 통신장비가 있는 지도 몰랐고 이전 신청 시 회수안내도 없었다. 6개월간 방치해 놓고 이제와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꼴"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사례2 전북 군산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11월경 본인 사무실에 SK브로드밴드 인터넷과 VoIP(인터넷 전화)를 사용해오다 최근 사무실을 이전하게 됐다. 이사 과정에서 셋톱박스 등 통신장비를 분실한 이 씨. 통신사 측에 문의 결과 35만 원 가량을 변상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이 씨는 "장비가 신형이고 사용 기간도 짧아 변상금이 높게 책정됐다는 식인데 장비 분실 시 얼마를 변상해야 한다는 고지를 가입 전 받지 못했다"며 "중도 해지도 아니고 이전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한 문제인데 너무 과도한 변상금을 청구하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셋톱박스와 리모콘(본 사진은 사례와 관계 없음)
셋톱박스와 리모콘(본 사진은 사례와 관계 없음)

IPTV, 인터넷 전화 등을 이전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통신장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기기 분실로 인한 변상금을 물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체 이용약관에 따르면 업체는 소비자에게 셋톱박스, 리모콘 등 각종 통신장비를 임대 명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장비가 유실되면 임차한 고객의 귀책 사유로 간주돼 변상금이 청구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첫번째 사례 남 씨처럼 고객 귀책 사유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변상금 청구다. 다행히 남 씨는 뒤늦게 장비 회수가 확인돼 5만3000원을 환급받은 상황이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 과실로 판단해 변상금을 부과하는 조치을 납득하지 못했다.

장비 분실에 대한 귀책이 있는 이 씨의 경우 35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장비값으로 책정된 데 의문을 제기했다. 

장비변상금은 업체가 정해놓은 산정식에 따라 책정된다. SK브로드밴드와 LG헬로비전의 경우 '{(60개월-장비 사용월수) ÷ 60개월} × 장비가격'이다. 장비가격은 신형의 경우 좀 더 고가인데 임대료가 포함되지 않으며 감가상각이 반영된다.

대개 반납일 기준 시가를 따르는데 문제는 장비 출고가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규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부과된 금액인 지를 소비자가 체크할 방법이 없다.

셋톱박스 제조업계는 "통신사가 정부 허가를 받아 독점 운영하는 구조 탓에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셋톱박스 모든 기종의 평균가는 15만 원 안팎 수준이라고 밝혔다. 변상금에는 이 외의 통신장비 가격까지 더해진다는 설명이다.

사업자들은 약관에 따른 변상금 처리가 원칙이지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고객 과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변상금을 환급 처리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통신장비 출고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고객 귀책사유가 명확하지 않을 때의 변상금 처리는 고객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약관을 고려하지만 고객이 회수를 요청했는데도 장비를 회수하지 않고 오래 방치한 경우 회사 과실로 인정해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는 상황에 따른 사업자 책임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약관 내용을 개선함과 동시에 납득할만한 수준의 장비 변상금이 책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소비자원은 "장비를 임대한 소비자는 사업자에게 장비를 넘겨줘야 하므로 일차적인 보관 책임이 있고 장비 분실 시 자신에게 귀책이 없음을 입증할 책임도 있으나 관련 정황을 살펴본 후 귀책을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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