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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⑥] 착한기업 오뚜기, 내부거래 논란과 경영승계 고민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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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⑥] 착한기업 오뚜기, 내부거래 논란과 경영승계 고민은 '진행형'
[지배구조-식품산업⑥]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7.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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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최근 식품업계에서 존재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배구조 문제에서 투명성을 유지하려는 오너 일가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오뚜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말 함영준 회장이 약 1500억 원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납부하기로 하면서 부터다.

그간 여느 재벌들이 상속세 부담을 덜고자 갖은 편법을 행한 것과 달리 함 회장은 2016년 9월 오뚜기 창립자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남긴 오뚜기 주식 46만5543주(13.53%), 계열사 조흥 주식 1만8080주(3.01%)를 물려받으며 발생한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하기로 한 사실이 부각되며 착한기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일자리 창출에 모범을 보여 중견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만찬에 초대받으며 '갓뚜기(God+오뚜기)'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갓뚜기 행보와 함께 함영준 회장은 2010년 오뚜기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경영 능력도 입증했다.

함 회장 취임 당시인 2010년 오뚜기 매출은 1조3700억 원 수준이었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2016년에는 2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조35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기업 가치도 급등해 시가총액이 2010년 5000억 원 수준에서 2조 원대로 4배 이상 늘었다.

주력사업인 3분 요리와 카레, 마요네즈 등 소스류 외에 냉동식품, 라면 사업, HMR에 주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라면시장에서도 만년 3위에 머물다 '진짬뽕' '쇠고기미역국라면' '진짜쫄면' '진비빔면' 등 히트작을 선보이며 확고한 2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에 발맞춰 생선구이, 보양식, 피자, 컵밥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국민들의 칭송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 중인 오뚜기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일가 사익편취 논란 등의 숙제도 남아 있다.

◆ 일감몰아주기 논란 이후 지배구조 개편 착착...오뚜기라면이 아킬레스건

그동안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등 대부분 관계사가 전체 매출의 60~99%를 차지하는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더구나 함영준 회장이 이들 기업에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갓뚜기로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되자 오뚜기는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게 했다.

자산규모 2조 원인 오뚜기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공정위가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게다가 김상조 전 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9월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시 자산규모 5조 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면서 오뚜기에게 화살이 쏠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오뚜기 계열사는 19개에서 24개로 늘었고, 흡수합병을 통해 종속기업은 9개에서 19곳으로 증가하는 등 회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내부거래 문제도 한층 복잡해졌다. 이 기간에 관계기업만 10개에서 3개로 줄었다.

오뚜기는 관계사의 지분을 취득해 종속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 부담을 줄여왔다.


2017년에는 오뚜기 관계사였던 상미식품과 풍림피앤피, 오뚜기에스에프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했다. 상미식품과 풍림피앤피, 오뚜기에스에프는 각각 상미식품지주, 풍림피앤피지주,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100% 종속회사가 됐다.

오뚜기는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오뚜기에스에프, 알디에스, 애드리치 등의 지분도 매입해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2018년에는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해 종속회사로 편입시켰고 올해 6월22일에는 오뚜기가 오뚜기제유지주를 1대 0.4667425의 합병비율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가 아니라, 종속회사로 편입이 되면서 내부거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관계사로 남아있는 '오뚜기라면'은 일감몰아주기 리스크를 아직 안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라면 매출 6376억 원 중 내부거래가 99.7%를 차지한다. 전년도에는 6459억 원의 매출 중 99.7%가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다. 오뚜기가 직접 라면을 제조하지 않고 오뚜기라면에서 만든 라면을 사 와 판매하다 보니 내부거래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뚜기라면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으로 지분 3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즉 오뚜기로부터 일감을 받아 거둔 이익의 3분 1 이상이 함영준 회장의 몫이 되는 셈이다. 실제 오뚜기라면의 배당성향은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함 회장은 매년 배당으로 16억 원 상당을 챙기고 있다.

이로 인해 전형적인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함영준 회장이 지난 5월 오뚜기라면 지분 7.48%를 오뚜기에 넘기면서 최대주주는 오뚜기(35.13%)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함 회장의 지분은 24.7%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비상장사 구분 없이 20% 이상인 경우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본다. 오뚜기라면은 현재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견기업이라도 공정거래법 23조 1항에서 불공정해위로 보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 규정을 통해 규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부분에서 2016년과 2017년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으나 2, 3년간 계열사를 잇달아 흡수합병하며 2018년 B등급으로 올라섰고 지난해는 B+ 등급으로 상승했다.
 


오뚜기 측은 오뚜기라면이나 오뚜기에스에프지주 등의 흡수합병에 대한 계획이나 논의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오뚜기 3세 함윤식 씨 지분율 미미...경영 승계 방식은?

함영준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함 회장이 62세로 젊은 편에 속하고 갓 30세가 된 아들 함윤식 씨는 학생 신분으로 유학생활을 했으나 현재 거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직 오뚜기에 입사하지는 않은 상태다.

3세 승계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함 회장이 오뚜기에 입사한 게 26세 때임을 감안하면 윤식 씨도 이르다고 볼 수만은 없다. 

현재 윤식 씨는 2.11%(7만5897주)의 오뚜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동생인 연지 씨는 1.19%(4만3079주)를 갖고 있다. 6월30일 종가 기준(55만7000원)으로 윤식 씨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422억 원에 달한다. 연지 씨의 지분 가치는 240억 원이다.

윤식 씨의 지분은 함영준 회장과 작은할아버지, 고모 등에 이어 개인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지만 지배력을 갖추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상속이나 증여에 필요한 세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

오뚜기만 놓고 봤을 때 함영준 회장 직계일가 보유주식 가치는 8886억 원(6월30일 기준)으로 이중 윤식 씨와 동생 윤지 씨, 매제 재우 씨가 보유한 지분 가치 비중은 7.5%(668억 원)다. 윤식 씨가 423억 원으로 4.8%, 윤지 씨가 240억 원으로 2.7%, 재우 씨가 0.1%를 차지하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승계 당시 계열사 지분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으나 윤식 씨는 같은 방식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거래를 통한 편법승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계열사 상당수가 오뚜기 종속기업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윤식 씨가 오뚜기 외에 보유하고 있던 애드리치 지분 16.67%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2017년 오뚜기가 전량 매입했다. 현재는 오뚜기 외에 오뚜기에스에프지주만 지분 38.53%를 보유 중이다.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최대주주는 오뚜기로 지분 61.47%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윤식 씨의 승계 재원으로 오뚜기에스에프지주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오뚜기가 지배구조 개편 방법으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물적 분할한 후 지주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을 써온 만큼 오뚜기에스에프지주를 흡수합병해 오뚜기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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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지주가 상장하면 그 주식으로 오뚜기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증여세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68억 원이다. 매출은 385억 원 영업이익은 2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42.3%, 영업이익은 11.4% 증가했다. 내부거래비중은 75.3%로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오뚜기에 입사한 연지 씨의 남편 김재우 씨(30세)도 경영 승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재우 씨는 입사 1년 뒤인 2019년 오뚜기 주식 1000주를 매입해 현재 지분 0.03%를 보유하고 있다. 재우 씨는 기획팀으로 입사했으며 현재 오뚜기 공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회사 전반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함 회장의 포석으로 보인다.

갓뚜기란 별칭으로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오뚜기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승계 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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