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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이 11만 원 요금제 가입?…어르신 울리는 기만적 판매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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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이 11만 원 요금제 가입?…어르신 울리는 기만적 판매 기승
고액요금제 가입이나 여러대 개통 유인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0.07.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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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정보에 취약한 고령자를 상대로한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들의 기만적인 불완전  판매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개통 시 의무사항이라며 고액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여러 대를 무리해서 개통시키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내용을 인지하는 건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지나 요금청구서 확인한 자녀를 통해서다.

부산 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최근 홀로 사는 어머니가 대리점 불완전 판매에 당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KT A대리점에서 2년 약정으로 개통한 휴대전화의 액정이 올 1월 파손돼 대리점을 재방문했다. A대리점은 액정 수리가 아닌 신규 휴대전화 개통을 권유했고 김 씨 어머니는 두 가지 요금제에 중복 가입된 상태에서 '요금 폭탄'을 맞게 됐다. 

항의차 A대리점을 세 번째 방문한 김 씨의 어머니에게  대리점 직원은 두 번의 개통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120만 원 단말기 할부와 11만 원 가량의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김 씨는 "대리점에서 분명 번호 해지를 약속했는데 일시정지로 처리했더라"면서 "어머니는 개통 담당자를 믿고 신뢰해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김 씨에 따르면 A대리점은 무리한 개통임을 인정했으나 고객센터는 서류상 문제가 없어 해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대리점 관계자는 "해지 처리를 도와드리고 환급도 해드렸다"며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오 모(남)씨의 아버지도 최근 LG유플러스 B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교체를 문의하다 고가 요금제에 강제로 가입하게 됐다. 

오 씨는 "B대리점 직원이 '어딜 가든 휴대전화 교체 시 10만 원 가량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의무로 사용해야만 개통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했다더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본사 고객센터에 즉각 항의한 오 씨. 고객센터 측은 "고액 요금제 의무 사용기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휴대전화 개통 혜택 등은 고지하지 않은 채 의무 사용만을 요구한 것이 다소 이상하다"고 답했다.

B대리점과 오 씨는 10만 원 요금제 6개월 의무가입을 8만8000원과 3개월로 변경하는 데 합의하기로 했다. 오 씨는 "아버지는 고가 요금제가 필요 없는 고령자"라면서 "B대리점이 정보에 취약한 노인의 등을 친 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B대리점 관계자는 "일부 고가 단말기로 교체 시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3사 모두 특정 요금제를 6개월간 의무가입해야 한다"면서 "강요 없이 선택지를 주고 충분히 설명했는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 노인 대상 기기 변경…고가 요금제 등록 등 피해 잦아

앞서 두 사례처럼 통신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은 기기 할인 등 달콤한 말에 속아 불완전 판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는 경우도 적으며 녹음 등의 준비도 미흡해 추후 분쟁이 발생해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도 있으나 소송 절차가 지나치게 번거롭고 복잡해 그 자체가 무리라는 판단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에 따르면 요금제 약관 등 주요 내용을 가입자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로 규정돼 구매 14일 이내 위약금 없이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계약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불완전 판매를 겪은 피해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 브랜드를 믿고 거래하지만 막상 피해가 발생하면 통신사는 대리점과 소비자간 문제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 KT, LGU+이동통신 3사가 앞장서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대리점 계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측은 불완전 판매가 발생한 이통사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어 일차적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이 외 수단으로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센터와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는 사기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방통위에서는 예방 조치로 판매점 · 대리점을 대상으로 포스터를 배포하며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의2 규정에 의거해 지난해 6월부터 개시된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학계 · 법률 ·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 9인으로 구성돼 있다. 

홈페이지에서 통신분쟁조정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 또는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60일 내에 통신분쟁을 조정하는데 부득이한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연장된다.

통신분쟁조정 대상은 △손해배상과 관련한 분쟁 △이용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해 발생한 분쟁 △전기통신서비스 이용계약 체결 · 이용 · 해지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 △전기통신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분쟁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용요금 · 약정조건 · 요금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설명 · 고지하는 행위와 관련한 분쟁 등이다.

조정신청 접수 시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 상대방인 통신사업자에게 조정 접수사실을 통보하고 사실 확인 · 당사자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당사자는 조정안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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