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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⑳] 대한제분 '이종각→이건영' 지주사 지분승계 해법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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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⑳] 대한제분 '이종각→이건영' 지주사 지분승계 해법 안 보여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8.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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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밀가루 브랜드 '곰표'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은 국내 3대 제분업체 중 한 곳이다.

올해로 창업 69주년을 맞은 대한제분은 1970년 대한사료공업 인수와 1971년 하역 및 창고보관사업을 하는 대한싸이로 설립, 2001년 신극동제분 인수, 2012년 식음료업체 보나비 인수 등을 통해 꾸준하게 사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계열사로는 ▲대한사료(사료제조 및 판매) ▲대한싸이로(하역 및 창고보관) ▲DH바이탈피드(사료제조 및 판매) ▲우리와(반려동물서비스업) ▲DHF Holdings Inc.(기타제조업) ▲보나비(음식 및 소매업) ▲디앤비컴퍼니(수출입업 및 동 대행업) ▲비티스(식품중개업) ▲글로벌심층수(기타음료제조) ▲한국티비티(곡물하역 및 보관업) 등이 있다.

대한제분은 이종각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디앤비컴퍼니가 최대주주이며,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 지분은 이종각 회장과 가족들이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각 명예회장(89세)은 부인 김영자 여사(84세)와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와 차녀인 이혜영(58세)씨와 이소영(56세)씨는 현재 그룹 경영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장남 이건영 회장(54세)과 차남 이재영 대한제분 부사장(52세)만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종각 명예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장남인 이건영 회장이 2010년부터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1967년생인 이건영 회장은 올해 54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승계가 완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회장의 대한제분 보유 지분은 현재 7.01%다. 지분 가치로 환산하면 196억 원(7월30일 종가 기준)이다.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27.71%를 보유한 관계사 디앤비컴퍼니다.

디앤비컴퍼니는 이종각 명예회장이 지난 2015년 자신이 보유한 대한제분 주식 32만721주(18.98%)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디앤비컴퍼니에 넘기면서 대한제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대한제분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성을 위한 디앤비컴퍼니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지만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우회 승계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지분을 직접 물려주면 최대 50%의 증여세가 부과되나 법인에 주면 최고 22%의 법인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종각 명예회장은 현재 대한제분 지분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디앤비컴퍼니 지분만 갖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이종각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이건영 회장의 지분도 있을 걸로 추정되나 확실치 않다.

지난 2015년 5월 이종각 회장이 보유지분 전량인 32만721주(18.98%)를 현물출자하면서 디앤비컴퍼니의 자본금은 4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어났고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디앤비컴퍼니 주요 주주도 장녀인 이혜영 씨 외 특수관계인(81%)에서 이종각 외 특수관계인(96.3%)으로 변경됐다.

현재 이종각 외 특수관계인 지분 100% 중 이 명예회장의 디앤비컴퍼니 지분은 83.67%로 확인된다. 이종각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군림하는 상황인 셈이다.

완전한 승계를 위해서는 이 명예회장이 디앤비컴퍼니 지분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오너 2세들도 올 들어 꾸준하게 대한제분 지분을 매입하고 있지만, 이종각 명예회장이 보유한 디앤비컴퍼니 지분 승계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이건영 회장은 올해 들어 대한제분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1월 31일부터 2월 6일까지 5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로 대한제분 주식 4814주를 사들였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지분율을 6.73%(11만3707주)에서 7.01%(11만8521주)까지 끌어올렸다.

이 회장뿐 아니라 차남인 이재영 씨도 형에 이어 2월27일부터 4월2일까지 19차례에 걸쳐 총 1만1850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이 1.45%에서 2.32%로 늘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에도 총 13회에 걸쳐 대한제분 주식을 사들이며 당시 6.01%였던 지분을 6.73%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분 확대 외에도 지분 증여 시 재원 확보 마련을 위한 배당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대한제분 배당성향은 6.45%에서 7.99%, 19.36%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한제분은 2019년 회계연도에 17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33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19.36%에 달한다. 전년도에는 당기순이익이 515억 원이었으나 배당액은 41억 원, 배당성향 7.99%였다. 2017년에는 순이익 510억 원 중 33억 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은 6.45%다.

순이익이 전년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으나 배당 수준은 유지하며 배당성향이 20%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6.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이건영 회장은 주식 배당금으로 2억2700만 원을 받았다. 

대한제분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선 디앤비컴퍼니는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올리며 성장한 회사다.

파스타 및 와인냉장고 수입판매업, 밀가루 조제품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등 관계사와의 내부거래 매출이 60%대였으나 꾸준히 줄이며 최근 수년간 20%대를 유지 중이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 선 2015년 매출이 55억 원에서 지난해 69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디앤비컴퍼니가 대한제분과의 거래로 벌어들인 수익은 4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2.8%에 달했으나 2015년 22억 원(40%)였으며 2019년 17억 원(23.9%)으로 꾸준히 줄었다.

◆ 대한제분, 이건영 회장 체제 후 수익성 악화...개선 과제

이건영 회장이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가운데 대한제분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매출 933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35억 원으로 6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6.1%에서 2.5%로 3.6%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제분사업을 주로 맡았던 박현용 전 부사장은 연임하지 못하고 지난 3월 송인석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지난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23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9억 원에서 111억 원으로 40.5% 늘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올해는 원맥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였고 대량으로 들어가는 거래처도 2019년 대비해서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입찰가격이 정해진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수익성 개선 이유를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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