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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개사 라임무역펀드 100% 배상 수용...향후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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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개사 라임무역펀드 100% 배상 수용...향후 파장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8.27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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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 4곳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배상' 권고를 수용했다. 펀드 판매회사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액 배상을 결정한 첫 사례로 향후 금융분쟁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판매규모 순) 등 4개사는 27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난 7월 초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에 대한 전액 배상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근거로 판매사 4곳에 대해 전액 배상을 할 것으로 금융회사에 통보한 바 있다. 
 


◆ 한 차례 연장 끝에 내린 전액배상 결정... 금감원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성과

금감원 분조위의 100% 배상 권고는 금감원 분조위 설립 후 최초로 내린 전액 배상 권고일 정도로 금감원 차원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분조위 권고안 발표 당시에도 금감원은 수 차례 법리적 검토 끝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법적 근거하에 100% 배상을 권고한다고 밝힐 정도로 신중을 기했다.

금감원은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함과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고 판단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해서 판매 당시에는 정상적인 상품이었지만 판매 후 외적 변수에 의해 평가액이 감소한 불가항력적인 손해가 아닌 애초부터 손실이 발생한 '불량상품'을 고객 모르게 판매를 했다는 논리였다.

금감원에 제기된 분쟁조정신청건을 살펴보면 ▲장학재단에 76% 부실화된 펀드를 판매하고, 손실보전각서까지 작성 ▲안전한 상품을 요청한 50대 직장인에게 98% 부실화된 펀드 판매 ▲70대 주부를 적극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여 83% 부실화된 펀드 판매 등 불완전 판매를 넘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판매 행위가 드러나있었다.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금융투자상품이더라도 애초에 소비자에게 판매해서는 안 될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에게 '착오'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100% 배상이 마땅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판매사들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면서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도 힘을 받게 되었다. 지난 2018년 5울 취임한 윤석헌 금감원장은 임기 내내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금융권으로부터 금융감독이 소비자보호에 치중되어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전액 배상조치를 금융회사들이 수용하면서 소비자보호 중심의 정책 기조가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분조위 결정은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이 부임 후 첫 분조위원장을 맡아 결정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김 부원장은 학계에 몸 담고 있을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을 역임한바 있고 법학자로서 소비자보호에 대한 소신과 의지를 밝혔는데 권고안에도 소비자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키코사태 권고안 불수용으로 실효성 논란까지 이어졌던 금감원 분조위의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금감원 분조위 권고 사안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연이어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분조위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될 정도로 논란이 발생했다.

◆ 금융사 "향후 사모펀드 분쟁 선례 될라" 노심초사... 판매사간 법적분쟁 가능성 제기

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분조위 권고안 수용 결정이 향후 다른 금융분쟁에도 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지난 달 금감원 분조위 권고 결과가 나오고 난 이후 한 차례 답변 기한을 연장할 정도로 이번 결정에 신중을 기했다. 특히 이사회를 중심으로 전액 배상을 할 경우 추후 주주들로부터 배임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 기조가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분조위 결정 불수용시 신뢰도 하락과 금융당국과의 지속적인 마찰 가능성 그리고 민사소송 시 최소 2~3년 간 무역금융펀드 이슈를 안고 가야하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라임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도 분조위 권고안 수용을 위해 편면적 구속력을 발휘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지난 25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각 회사들의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권고안 불수용시 받을 부담도 상당한 점도 작용했다.

윤 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소비자실태평가와 경영평가 등 금감원 주관 금융회사 평가에서 분조위 결정 수용 여부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 해달라고 언급하면서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압박을 들어간 바 있다. 이른 바 당근과 채찍을 준 것이지만 금융회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배임이슈의 경우 금감원이 키코와 라임 문제와 관련된 배상을 '사적 화해' 수단으로서 하게 되면 법적으로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을 이미 내렸던 점을 감안해 전액 배상으로 결정이 기울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권고안을 받아들인 일부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사와 운용사, 신한금융투자간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11월 부실을 인지한 이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하는 등 사실상 공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 측은 "금감원 조사 결과 자산운용사인 라임 및 스왑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라임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은폐하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고 형법상 사기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상권 및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분조위 조정결정서에 명기된 내용들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운용사 및 PBS제공 증권사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측은 조정결정서에서 인정한 기초사실 중 자사가 기준가를 임의로 조정하였다는 부분,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펀드 환매 자금 마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펀드 투자구조를 변경하였다는 부분, IIG 펀드의 부실과 BAF 펀드의 폐쇄형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구조를 변경했다는 부분,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 자금이 기존 자펀드의 환매대금에 사용되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분조위 권고안 수용이 다른 금융투자상품 분쟁 결정의 선례로 작용할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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