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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1년'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고 '뚝'...우리은행·농협은행 70% 넘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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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1년'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고 '뚝'...우리은행·농협은행 70% 넘게 줄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8.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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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서면서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금융권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는 시중은행의 경우 일부 은행이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중단하면서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금융투자업계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 은행권, KB국민은행 제외하면 사모펀드 판매 급감

은행권은 사모펀드 사태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6대 은행 기준으로 올해 7월 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전년 대비 54.8% 감소한 4조6289억 원으로 1년 새 절반 넘게 잔고가 줄었다.

특히 DLF 사태를 촉발시킨 우리은행(2조3795억 원)과 하나은행(1조9038억 원)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재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신규 가입을 받고 있지 않고 우리은행은 DLF 관련 징계로 올해 3월부터 6개월 간 사모펀드 판매금지조치를 받아 현재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판매 개선 방안으로 은행에서 파생상품 등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되면서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1조3517억 원에서 1조3807억 원으로 2.1% 증가하면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앞선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유일하게 빗겨나갔는데 실제로 사모펀드 사태 이후에도 국민은행은 채권형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정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투자상품 출시부터 사후관리까지 총 14단계의 프로세스를 갖추는 등 타행 대비 엄격한 판매 프로세스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판매 전 시장환경점검, 운용사 선정, 상품성 검토, 심의 등의 8단계를 거쳐야하는데 상품 심의는 금융투자상품본부 내 실무자 중심 전문가 집단인 '투자상품 사전협의체'와 금융투자상품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WM상품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히 WM상품위원회에서는 리스크, 소비자보호, 준법감시부서장 등도 참석하는데 참석위원의 2/3 이상이 동의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KB국민은행도 최근 자사가 판매했던 무역금융펀드(바락무역금융전문투자형 사모펀드 1·2호) 환매가 연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KB국민은행 측은 이미 무역금융펀드 관련 충당금을 쌓은 상황이고 사기에 연루된 다른 문제 사모펀드와 달라 투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사모펀드' 사태 영향 받았지만.. 증권사 판매 영향 미미한 이유?

사모펀드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은행권과 달리 금융투자업계는 소폭의 감소가 있었지만 은행권에 비해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7월 말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10조18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은행권 판매잔고가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2조2561억 원으로 판매 잔고가 가장 많았던 신한금융투자가 올해 7월 말 기준에서는 1조6604억 원으로 26.4% 감소했고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1조7767억 원에서 1조3746억 원으로 22.6% 줄었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감소폭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판매 잔고가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7월 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1조89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KB증권도 같은 기간 1조2875억 원에서 1조3096억 원으로 1.7%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금비보장형 상품에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투자금액이 큰 증권사 고객 특성상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49명으로 제한되어있고 최소투자금액도 1억 원 이상으로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형성돼있어 증권사 차원에서도 마케팅을 드러내고 진행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원금보장형 고객이 많은 은행권과 펀드 판매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모펀드 사태로부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어떤 고객은 타사 상품을 오히려 자사 PB들에게 거꾸로 추천해서 판매를 제안하는 등 상당수 사모펀드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이 역제안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증권사 특성상 사모펀드 사태가 터졌다고 해서 회사 차원에서 사모펀드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마케팅을 위축시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모펀드 이슈가 올해 주요 화두로 떠오르다보니 투자자들도 과거에 비해 상품 선택시 유의하는 경향은 더 짙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7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배상 권고를 판매사 4개사가 받아들이면서 향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판매가 더 위축 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결정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상품 판매의 책임을 상품을 설계한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가 100% 부담하는 구조상 판매사에게 주어지는 리스크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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