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건설산업①] 중견 건설사 비상장사 많아 '깜깜이'...지배구조·경영권 승계 파악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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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건설산업①] 중견 건설사 비상장사 많아 '깜깜이'...지배구조·경영권 승계 파악 힘들어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0.09.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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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건설산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사업 이후로 줄곧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우리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하에 놓여 있는 재벌 그룹 계열사들이 그룹 차원의 지주사체제 전환과 내부통제 강화 등을 통해 큰 변화를 이룬 데 비해, 개인 오너를 중심으로 경영권이 확립돼 있는 중견 건설사의 경우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5000억 원 이상의 상위 건설사 61곳 가운데 건설이 주력 사업이 아니거나 오너가 없는 곳을 제외하면 32개사가 남는데 이들 중 상장회사는 1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1곳은 비상장사여서 경영정보가 상장사만큼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가운데 대다수가 공정위 규제 대상도 아니어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영이나 호반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도 기업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액 5000억 원 이상의 비상장사 21곳 중 동양건설산업과 관계사인 라인건설, 보광종합건설, 제일건설는 감사보고서에서 지분 보유자를 아예 공개하지 않아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과정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오너체제의 건설사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오너체제 건설사 중 상장사 11개뿐...주식시장 존재감 미미  

코스피와 코스닥에 건물·토목 건설업종으로 상장한 건설사는 42개다. 시가총액은 9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20조7843억 원이다. 2010년과 비교하면 상장 기업 수는 6개 늘어났지만 시총은 29.3%나 감소했다.

건설업계 매출 1위 기업인 현대건설만 해도 시총이 3조5912억 원으로 4조 원을 채 넘기지 못한다. 8조 원을 상회하던 2010년과 비교하면 55.4%나 줄었다.

상장 건설사 42곳 가운데 시가 총액이 1조 원을 넘는 곳은 현대건설(3조5912억 원), 대림산업(2조8884억 원), GS건설(2조465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조5851억 원), 대우건설(1조2365억 원), 태영건설(1조6502억 원), 아이에스동서(1조3145억 원) 등 7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들은 1000억~2000억 원대로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업계는 재개발·재건축, 공공, 토목 등 다양한 분야 수주로 꾸준한 실적이 가능한 대기업과는 달리 중견 건설사의 경우 부지 선정부터 토지 매입, 시공, 분양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체 사업이 주가 되므로 매출 변동이 심한 탓에 상장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 심사가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과거 매출 1·2위를 다투는 중견 업체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 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봐온 만큼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 대부분은 상장을 통해 투자를 받지 않고 자본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부지 매입 등 사업 전 과정에서 자금 투입 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것도 있는데 상장사는 주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특성상 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시공능력평가액 5000억 원 이상의 상장 건설사 가운데 건설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그룹 계열사와 오너가 없거나 비상장사를 통해 지배되는 대우건설·동부건설·한신공영을 제외한 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건설사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 직계 일가는 총 82명이며 이들 소유 지분의 가치는 1조259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조475억 원보다 20% 늘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대출·보증 등이 늘어남에 따라 역대급으로 큰 규모의 돈(M2, 광의통화)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전체 주가도 덩달아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태영건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 가치 증가율이 전체 증가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태영건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019년 말 2817억 원에서 이달 15일 5083억 원으로 80%나 늘었다. 같은 기간 태영건설 주가가 1만1950원에서 2만1600원으로 80.8% 급증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주가 급등은 TY홀딩스(가칭)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건설과 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건설+환경+방송+물류+레저' 사업이라는 복잡한 구조 탓에 기업가치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윤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위기도 한몫 했다. 태영건설 지분 5% 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경영 참여 당시 인적분할 등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태영건설에 요구한 바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은 오너 일가가 현물출자와 주식교환 등으로 지분율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1일 지주회사이자 신설법인인 TY홀딩스와 인적분할을 완료했으며 오는 22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분할 비율은 사업회사이자 존속법인인 태영건설이 51, TY홀딩스가 49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9월 22일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과는 상관 없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꾸준히 준비해왔고 A+B를 A와 B로 나누는 인적분할로 이뤄지므로 사업 내용이 크게 변동되지는 않는다. 다만 분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있어 주가가 크게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업부 재편과 이익구조 개선을 단행한 아이에스동서와 계룡건설산업 오너일가의 보유 주식 가치도 지난 연말에 비해 각각 29.1%, 13.8% 늘었다. 나머지 7개 기업 오너일가의 주식가치는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맞물려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감소했다.
 


주식가치가 100억 원 이상인 오너 일가는 13명으로 2019년 말 12명에서 1명 늘었다. 

건설기업 최대 주식부호는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이 차지했다. 윤 회장은 2위인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과 큰 격차를 내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 지분 27.1%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장 주식가치는 4473억 원이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주식 가치가 무려 90.3% 증가했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2019년 말 대비 2.6% 증가한 2813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이 주식가치 1042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고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962억 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82명 오너일가 중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운선 씨의 주식가치 상승폭이 2019년 말 대비 87.6%로 가장 크게 올랐다.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과 배우자 이상희 씨는 주식가치가 80.8% 증가했다.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과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둘째 아들인 정원선 씨, 윤 회장의 아버지인 윤세영 명예회장의 주식가치도 70% 이상 증가했다.

동원개발 창업주인 장복만 회장은 장호익 사장의 아버지다. 사실상 장남인 장호익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현재 동원개발 지분 0.48%를 보유하고 있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누나인 정숙영 씨, 여동생 정유경 씨, 어머니 박영자 씨는 주식가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 중 정숙영 씨는 2019년 말 248억 원에서 9월 15일 종가 기준 42.1% 감소한 143억 원을 기록했다.

정숙영 씨는 HDC 지분 0.53%와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0.67%를 보유하고 있는데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말 대비 50.1%나 급락해 주식가치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정유경 씨와 박영자 씨도 같은 이유로 각 42.1%씩 감소했다. 

이어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의 주식가치가 29.7% 감소했다. 정몽원 회장은 한라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지분을 24.31% 보유하고 있는데 한라홀딩스 주가가 지난해 말 4만5900원에서 9월 15일 2만8750원으로 37.4% 하락하면서 주식가치 감소로 이어졌다. 

한편 한신공영은 오너 일가가 비상장 지주사인 코암시앤시개발을 통해 지배하고 있어 주식가치의 직접 비교가 불가능해 분석에서 제외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온 동부건설은 2016년 동부건설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회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가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상장사 오너 일가 주식가치 집계에서 제외됐고 대우건설도 동일한 이유로 제외됐다. 

◆ 비상장 건설사 오너 일가 110명 지분가치 16조7977억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시공능력평가액 5000억 원 이상의 건설사 가운데 건설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그룹의 계열사와 오너가 없거나 감사보고서에 개인 지분을 공개하지 않은 곳을 제외한 비상장 건설사와 그 계열사에 대해서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소유 현황을 살펴봤다. 

조사대상인 비상장 건설사 23곳 가운데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 보광종합건설, 제일건설 등 4개사는 감사보고서에 지분 명부를 공개하지 않아 소유현황 집계에서 제외했다. 오너가 없는 쌍용건설도 제외했다. 한신공영의 경우 상장사이지만 오너 일가가 개인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비상장 지주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어 지주사 감사보고서를 통해 소유현황을 분석했다.

비상장사 오너 일가 110명이 보유한 지분을 회사 자산에 비례해 계산한 지분 가치는 2019년 말 기준 16조797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는 11.4%, 2017년 말보다는 50.3% 증가했다.
 


지분 가치가 100억 원 이상인 오너 일가는 62명으로 2018년 말 61명에서 1명 늘었다. 

오너 일가 가운데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사람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다. 이 회장은 9월 15일 기준 부영주택의 지주사인 부영(93.79%)을 비롯해 동광주택산업(91.52%), 광영토건(42.83%), 남광건설산업(100%), 남양개발(100%), 대화도시가스(95%), 부강주택관리(100%), 한라일보사(49%), 부영대부파이낸스(90%), 동광종합토건(98.1%) 등의 최대주주다.

이를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자산 규모에 대비해 계산하면 2조3197억 원에 달한다. 2018년 말보다 6.9% 줄었고 2017년 말과 비교하면 4.7% 감소했다.

이어 호반건설 김대헌 부사장이 1조8614억 원으로 2위, 중흥건설 정원주 사장이 1조7252억 원으로 3위, 반도그룹 권홍사 회장이 1조1212억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중흥건설 정원주 사장의 아버지인 정창선 회장은 8769억 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호반건설그룹 김상열 회장의 막내 아들인 김민성 상무는 7522억 원으로 6위, 우미건설 이석준 부회장은 6644억 원으로 7위를 차지했다. 8위인 대방건설 구찬우 대표와 9위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 10위 시티건설 정원철 대표는 5000억 원대로 나타났다.
 


비상장사 오너 가운데 신동아건설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동아건설은 2018년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서 오너 일가 보유 지분가치가 2018년 말 132억 원에서 지난해 말 853억 원으로 547%나 늘었다.

대방건설 오너 일가 지분가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방건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2018년 말 6180억 원에서 지난해 말 9392억 원으로 52% 늘었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별도 기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등 외형 성장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자체 아파트 브랜드 '노블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흑자 경영이 지속돼 자본총액이 늘어났고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도 자연스레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로 외형 성장을 일궈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거래 확대로 사익을 편취하려 한다는 논란이다. 실제 2017년에는 전체 매출의 43%, 2018년에는 83%, 2019년에는 78% 가량의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린 바 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시행사 주식을 100% 소유한 가운데 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내부거래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지난해의 경우 송산그린시티 대방 노블랜드 5·6차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완료되고 분양 전환이 이뤄지면서 현금 흐름 등이 증가됐으며 분양·공사 미수금도 크게 줄어 매출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꾸준한 신규 수주 등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시티건설과 경동건설도 오너일가 지분가치가 2018년 말 대비 각 26.6%, 24.9% 증가했다. 이어 한신공영(19.8%), 우미건설(17.2%), 금성백조주택(16.8%), 중흥건설(15.6%), 양우건설(14.2%), 신안(13.7%), 호반건설(12.3%), 반도건설(10.2%) 순으로 늘었다.

협성건설(-5.4%)과 부영주택(-6.2%)은 자체사업 감소 등으로 인한 경영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말보다 지분가치가 감소했다. 협성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8% 가량 줄었다. 부영주택도 매출이 35% 감소했으며 영업익은 54억 원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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