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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DB하이텍 앞세워 제조업서 다시 기지개...그룹내 비중 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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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DB하이텍 앞세워 제조업서 다시 기지개...그룹내 비중 확 커져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12.1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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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 중심으로 재편됐던 DB그룹이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업인 DB하이텍을 통해 제조업 분야에서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DB하이텍은 향후 그룹에서 캐시카우 계열사로서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지난 7월 DB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2세 김남호 회장은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DB손해보험(대표 김정남) 등 주력사업인 금융부문의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을 다지겠다는 비전인데 제조분야에서 미래 동력은 DB하이텍이 담당한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해 매출 9384억 원, 영업이익 2689억 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 비해 매출은 16.2%, 영업이익은 48.3% 증가한 규모다.

2021년에도 매출은 9953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1조 클럽’을 목전에 둘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도 29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DB하이텍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이 29.5%에 이른다. 상장사 중 셀트리온(40.5%), 엔씨소프트(36%)에 이어 세 번째로 수익률이 좋다. 제조업이 코로나19 쇼크로 내수 부진, 수출감소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의 실적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경기도 부천, 충북 음성에 있는 2개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어 실적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연간 6만장 수준의 캐파를 확대하면서 추가적인 매출 증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PMIC),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대형 업체들이 300mm 웨이퍼를 활용해 파이가 큰 고객을 상대로 5G 통신칩, AP, 그래픽칩을 대량 생산하는 반면 DB하이텍은 200mm 웨이퍼로 중소형 업체들을 공략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황 호조 영향이 크지만 김남호 회장이 큰 관심으로 반도체를 챙기는 것도 최근의 실적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DB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DB하이텍 상우공장에 이어 DB Inc. 데이터센터를 찾아 현장 경영 중인 김남호 회장
DB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DB하이텍 상우공장에 이어 DB Inc. 데이터센터를 찾아 현장 경영 중인 김남호 회장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지주사뿐 아니라 DB하이텍에도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취임 직후 실시한 인사에서는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리며 힘을 실었다.

오너가 청사진을 그리고 최 대표가 현장을 진두지휘하면서 DB하이텍이 향후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발짝 전진을 위해선 설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 측은 “미래를 위한 투자는 이뤄져야겠지만 반도체 라인 건설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고 고객 수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병목(보틀넥) 공정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2013년까지만 해도 줄곧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다. 1997년부터 정부 지원 없이 민간기업 혼자의 힘으로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을 추진하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반도체 불황까지 더해지며 오랜 시간 암흑기를 견뎌야 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사업 진출 13년 만인 2014년에야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은 줄곧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동부건설과 동부전자를 모두 매각해 금융 중심으로 재편한 2017년만 해도 DB그룹 전체 영업이익(1조1153억 원, 개별기준)에서 DB하이텍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였다. 2018년에는 11.3%로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해에는 21.5%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8429억 원으로 15.7% 줄었지만, DB하이텍은 60.5% 늘었다. 금융부문의 영업이익이 8370억 원에서 6397억 원으로 23.6% 감소했는데, DB하이텍이 감소폭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DB하이텍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주력인 DB손해보험(34.5%)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그룹에서의 존재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 산업 특성상 실적이 극적으로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조 계열사에서 미래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DB그룹 내 비금융회사 중 현재 제대로된 이익을 내는 곳은 DB하이텍이 유일하다. DB메탈(대표 김경덕)은 지난해 42억 원 적자를 냈고, DB에프아이에스는 영업이익이 139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작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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