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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자 표기 지우는 ‘화장품법 개정안’ 표류 1년...소비자들 "알 권리 침해" 목소리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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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자 표기 지우는 ‘화장품법 개정안’ 표류 1년...소비자들 "알 권리 침해" 목소리 거세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1.12.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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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직장인 이 모(여)씨는 제조업체가 표기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씨는 “어디서 제조됐는지도 모르는 화장품이 버젓이 국내에 판매되고 있었다. 국내 화장품법상 제조원 표기가 의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조사가 표기돼 있지 않아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행 화장품법상 화장품 책임판매업자(브랜드사)와 제조업자가 함께 표기되고 있지만, 개정안은 제조업자를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화장품법상 화장품 책임판매업자(브랜드사)와 제조업자가 함께 표기되고 있지만, 개정안은 제조업자를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장품에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1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소비자들이 법안 통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함께 제조사를 보고 신뢰할 만한 상품인지를 판단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표기를 삭제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상에서 소비자들은 “제조사 표기를 왜 삭제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 권리가 있는 건데”, “어디서 제조하는지 모르고 사는 건 찝찝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국내 ODM(제조사개발생산방식) 기업들 또한 개정안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사용자 입장에서 우선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며 “법안 개정 취지는 (화장품 수탁 제조사 독점에 따른) 여러 피해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어차피 기업 입장에서 말하는 논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식품, 건강기능식품과 마찬가지로 화장품 또한 소비자 건강과 연관된 제품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제조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법 개정안에는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목소리만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들도 개정안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제조사 표기를 자율화하는 개정안인데 브랜드사가 자율화를 제조원 삭제로 전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율화라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소비자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제조원이나 원산지 표기를 하고 있는 것을 신뢰하고 있고, 실제로 화장품은 제조원의 표기를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화장품은 식약처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품이고 건강과 안전 관리에서 소홀할 수 없는 제품군으로서 반드시 제조원 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유럽이나 외국처럼 제품의 원료와 생산관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책임판매업자가 모든 관리를 해도 되겠지만 실제로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2018년부터 제품 표시 사항에 대한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는데 화장품법 개정안은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위탁 생산 화장품 제조업자에 대한 정보 표기를 자율적으로 표기하도록 바꾸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원이 의원 측은 “화장품 분야 주요 수탁 제조사의 독점을 막고 해외업자의 유사품 제조 의뢰로 국내 수출 기업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회부돼 1년간 계류 중이다. 지난 11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지만 논의 대상은 아니었다.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므로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다.

화장품 브랜드사들은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화장품 제조원과 브랜드사를 함께 표기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화장품 문제에 따른 책임은 브랜드사가 지고 있다”며 “제조원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조원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국내 화장품을 수입하던 업체들이 표기된 제조업체에 다이렉트로 발주를 넣는 경우가 발생해 브랜드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건 제조원 표기가 아니라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에 제조원 표기를 삭제하고 제조판매원만 표기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건의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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