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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종합병원, 인공관절 환자에 판독도 안되는 비급여 고가 MRI 처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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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종합병원, 인공관절 환자에 판독도 안되는 비급여 고가 MRI 처방 논란
과잉진료 문제 제기에도 "정당한 검사" 주장만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2.27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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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빅5'라 불리는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에게 고가 비급여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권유하고 판독 결과를 말해주지 않아 과잉진료 논란이 제기됐다.

100만 원가량을 주고 찍은 MRI 영상은 인공관절 내 금속으로 인한 산란 현상으로 시커먼 화면만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판독이 불가한 상황이다. 영상을 본 또 다른 빅5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치환술 환자는 금속 간섭으로 인해 MRI가 아닌 CT를 찍어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

병원 측은 '의사의 정당한 오더(Order)로 진행된 검사'라면서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해 환자의 화를 키웠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14년 전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2년 전 혈전증이 생겼고 지난해에는 무릎관절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해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 이 씨는 지난해 12월 초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정형외과에 내원해 A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A의사는 염증 여부를 살피기 위한 혈액 검사와 MRI 검사를 권유했다. MRI는 X선(X-Ray)으로 살펴보기 힘들다는 게 검사 사유였다. 이외 별 다른 설명은 없었다고. 검사비용만 99만6300원이 나갔다.
 

▲혈액 검사와 MRI 검사 비용으로 99만6300원이 청구됐다
▲혈액 검사와 MRI 검사 비용으로 99만6300원이 청구됐다
 
검사 후 A의사는 '염증이 없다'는 피 검사 결과만 언급하고 진료를 끝냈다. MRI 판독 결과에 대해선 일체 말이 없었다. 100만 원이나 들였는데 설명은 커녕 사진조차 보여주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이 씨. 병원에 요청해 받은 MRI 영상 자료(CD)를 들고 지난 달 11일 B대형병원 정형외과에 내원해 C의사에게 판독을 요청했다.

C의사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인데 왜 MRI를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인공관절에는 니켈과 코발트, 크롬 등의 금속이 들어가는데 MRI를 촬영하게 되면 금속 간섭을 받아 영상이 검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C의사의 설명이다. MRI는 강력한 자석을 사용하므로 금속물질을 착용한 상태에서 검사하면 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 일반 상식이라는 것.

C의사가 이 씨에게 보여준 MRI 화면 모니터의 사진은 시커먼 색으로 가득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C의사는 '이 씨와 같은 인공관절 환자는 MRI 촬영 시 금속 간섭현상으로 인해 영상이 검게 나오므로, MRI가 아닌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를 촬영해야 한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 씨가 자주 가던 동네 정형외과의원에서도 마찬가지 소견을 냈다고. 

화가 난 이 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오진 및 과잉진료에 대해 항의하고 100만 원 상당의 검사비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의사가 필요에 의해 검사를 권유한 것이므로 환불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검은 영상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MRI를 권유한 것도 모자라 판독 결과를 일체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선 '담당 의사가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이 씨는 "총 진료시간이 1분도 안 됐는데 MRI를 찍기 전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 없다. 가장 중요한, 고가 비급여 검사인데도 MRI를 찍어야 할 필요성과 영상이 검게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을 사전에 하지 않았다. 검사비 100만 원이 그야말로 휴짓조각이 된 셈"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문의한 결과 병원 측은 "환자에게 충분히 답변을 드렸으니 환자를 통해 확인하라"는 말만 반복할뿐 고가 비급여지만 판독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고지했는지에 대해선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병원 측과 A의사는 MRI 검사는 필요에 따른 정당한 검사였으며 금속 간섭을 최소화하는 MRI 장비를 사용해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지속적인 운동 시 통증을 호소해 감염 감별을 위한 혈액검사와 금속 간섭을 최소화하는 MRI 검사를 시행했다. 두 검사 모두 필요에 의한 검사였으며 결과 특이 소견이 없다고 환자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검사의 경우 환자와 의사간 일종의 합의에 의해 진행되며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지침에 의거 의사가 비급여 진료 전에 MRI 검사를 하겠다고 환자에게 말했다면 적법한 절차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관절 분야에서 저명한 한 정형외과 의사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라도 인공관절에서 다소 벗어난 부위가 의심될 경우 일부 나오지 않을 것을 감안하고서 MRI를 찍는 경우가 있긴 하다. 조금이라도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의사의 판단 하에 MRI 촬영을 하게 된다. 이 경우 금속 간섭을 최소화하는 기법 등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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