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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시중은행 업무 가능해졌지만...은행 가는 번거로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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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시중은행 업무 가능해졌지만...은행 가는 번거로움 여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6.16 17: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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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와 4대 시중은행의 제휴로 입·출금을 비롯한 은행 주요 업무를 올해 4분기부터 전국 우체국에서도 가능해졌다. 

은행 단순 업무가 우체국에서도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업무 편의성과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품가입 ▲자산관리 등 대면 수요가 많은 영역은 제휴 대상에서 제외돼 개선 소지가 많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우정사업본부와의 수수료 산정 과정이 남아있고 무엇보다 이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우체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 위탁 서비스는 단순 업무부터... 상품 가입하려면 여전히 은행가야

이번 제휴를 통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고객들은 전국 2482곳에 위치한 우체국 점포에서 ▲입·출금 ▲각종 조회 서비스 ▲ATM 기기 활용 등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폐쇄 대상 은행 지점 조사결과 입·출금, 통장정리, 공과금 납부 등 단순 업무의 대면업무 비중이 65~90%에 달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보장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전국 우체국 제휴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번 제휴로 모바일 앱 등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인프라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적금 상품 가입이나 대출 상담 등 대면 수요가 많은 영역은 제휴 범위에서 제외됐다. 상품 가입시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 등으로 인한 책임소재와 민원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지난 4월 출점한 우리은행-하나은행 공동점포에서는 입출금 및 주요 제신고 등 기본 업무만 취급하고 있다.
▲ 지난 4월 출점한 우리은행-하나은행 공동점포에서는 입출금 및 주요 제신고 등 기본 업무만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지난 4월 '공동점포'를 개설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공동점포 내에서 상품 판매는 하지 않고 입·출금 및 각종 제신고 업무 등 단순 업무만 제공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다소 복잡한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고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문제가 있어 그런 우려가 적은 단순 서비스부터 출발하게 되었다"면서 "운영 과정에서 책임 문제가 정리되면 차츰 서비스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제휴 맺은 은행들 내심 찜찜하면서도.. "실제 수요 살펴봐야"

우정사업본부와 제휴를 맺은 은행들은 비용 부담과 함께 우체국이라는 잠재적 경쟁자가 생기면서 내심 찜찜해하는 분위기다.

업무 위탁지역을 두고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지역이 많은 지역에 한정된 제휴를 원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전국단위 제휴를 원했고 결과적으로 우정사업본부 의견이 반영되었다. 

금융당국에서도 시중은행들이 소비자 편익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전국 제휴로 범위가 확정됐다고 사전 브리핑을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우체국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서 이미 자체적으로 ▲예·적금 ▲보험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휴로 인해 고객 이탈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우체국금융의 원화예수금 규모는 약 78조 원으로 6대 은행보다는 적지만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많다. 

반대로 우체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대고객 마케팅 없이 우량 시중은행 고객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탁업무에 대한 수수료 비용 지출과 더불어 은행 고객이 우체국으로 자동 유입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전국적 제휴를 원하지 않았던 것도 고객 이탈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체국과의 제휴 채널을 오히려 활용해 적극적인 고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우체국 제휴상품 출시,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영업망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산정 과정도 남아있고 향후 제휴 업무가 시작된 이후 실제 고객들이 우체국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수요 조사도 필요하다"면서 "오히려 우체국과의 적극적 제휴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 공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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