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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 2곳 중 1곳은 차 음료 카페인 표기 안해...영양성분 표시도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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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 2곳 중 1곳은 차 음료 카페인 표기 안해...영양성분 표시도 엉망
소비자 알 권리는 뒷전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6.27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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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대체음료로 차(Tea)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커피 전문점들의 카페인 함량 표기는 '깜깜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업체 규모와 상관 없이 영양성분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 점포 수 100개 이상의 대형 브랜드를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 안내를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준수사항이다 보니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차 음료 상당수가 적지 않은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고 어린이, 임산부 등이 무방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알 권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점포 수 기준 카페 프랜차이즈 상위 20곳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 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차 메뉴의 카페인 함량을 공식 홈페이지와 자체 앱에서 안내하는 곳은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 등 10개 브랜드에 불과했다.

적어놓은 영양성분도 중구난방이다.

이디야커피는 전 메뉴에 총카페인 함량을 표시하고 고카페인 음료에는 '고카페인 함유'와 '어린이와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 문구를 적어놨지만 전체 중량을 표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체 중량과 총카페인 함량을 적어놓은 스타벅스는 한 잔당 카페인 70mg을 함유하는 메뉴에 고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는 주의 문구를 적어놓지 않았다. 투썸플레이스는 잉글리쉬브렉퍼스트와 제주유기농녹차 두 개 제품에만 카페인 함량을 적어놨다.

일부 메뉴에서만 카페인 함량을 안내하는 업체들은 "카페인 함량 수치가 상당히 낮아 식약처 표시기준에 따라 공란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20개 브랜드 가운데 더벤티와 파스쿠찌 단 두 곳만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요거프레소, 커피베이, 나우커피, 봄봄테이크아웃, 더리터, 카페베네, 하삼동커피, 셀렉토커피 등 10개 업체는 카페인 함량 표시조차 없었다.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음료들은 즉석으로 제조하는 식품이다 보니 현행법상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에서도 카페인 함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점포수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를 대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커피·차 제품의 총카페인 함량과 주의문구를 표시, 소비자들에게 안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업체 자율에 맡기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가이드라인일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업체가 표시한 카페인 함량이 허용오차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행정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침해를 식품당국이 방조한다는 지적이다. 어린이, 임산부 등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다량의 카페인을 무방비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례로 올해 2월 메가커피가 밀크티 카페인 함량을 공식 홈페이지상에서 1회당 0㎎으로 표시했다가 한 소비자의 지적에 113.7㎎으로 수정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당시 메가커피 측은 "밀크티 원재료가 바뀌면서 카페인 함량이 달라졌다. 변경된 음료의 성분 정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었는데 고객 문의 이후 우선 반영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커피전문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영양성분 표기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카페인 함량을 안내하지 않는 업체들은 표기 의무가 없고 카페인 성분 자체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 데다 함량도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한 관계자는 "식약처 기준에 따라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제공하고 있다. 시즌 메뉴나 표시 필요성이 떨어지는 메뉴의 경우 별도 영양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정책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서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전국 점포 수 기준 카페 프랜차이즈 상위 20곳에서 판매하는 차 음료 중 홈페이지상 영양성분을 표시한 10곳 181개 차 메뉴의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결과, 81개(46%)가 카페인을 1mg 이상 함유하고 있었다.

빽다방 밀크티가 133mg으로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았다. 이는 250~300ml 기준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약 100mg)을 상회하는 수치다. 용량이 625ml으로 타 브랜드 음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서 함량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빽다방 우롱티 92mg, 빽다방 오렌지자몽블랙티 90mg, 빽다방 블랙펄밀크티 77mg, 더벤티 로얄밀크티 버블티 75mg 순으로 높았다.

파스쿠찌 라즈베리 아이스티는 카페인을 함유한 차 음료 가운데 카페인 함량이 1mg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커피에반하다 그린티 1.4mg, 이디야커피 복분자 뱅쇼 콤부차 2mg 순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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