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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은행 전산 먹통되는데 피해 보상기준 없어...민원 주먹구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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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은행 전산 먹통되는데 피해 보상기준 없어...민원 주먹구구 대응
올해만 60건 발생…증권, 보험, 카드사보다 많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11.2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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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케이뱅크 모바일 앱에서 약 7시간 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은행 모바일 뱅킹 전산장애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달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뱅크 앱이 2시간 가량 먹통된 이후 한 달만에 접속장애가 또 발생한 것이다. 

모바일 뱅킹 이용 비중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대면 금융 특성상 사고 발생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 지난 18일에 올라온 케이뱅크 측 사과문
▲ 지난 18일에 올라온 케이뱅크 측 사과문

◆ 은행권 전산장애 가장 많아... 사후약방문식 대처로 뭇매

지난 17일 오후 8시30분부터 이튿날 새벽 3시 3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케이뱅크 모바일 뱅킹 접속이 불가능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고객들도 원화 입출금 및 인증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 가상자산거래 관련 고객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달 카카오뱅크 접속 장애 이후 케이뱅크에서도 장시간 접속장애가 발생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서버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측은 "일부 서버의 스토리지에 문제가 발생해 앱 접속 등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발생 원인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화하고 접수된 고객 불편 사항에 대해서도 케이스마다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전산장애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행권 전산장애 건수는 60건으로 증권(56건), 보험(25건), 저축은행(10건), 카드(8건)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최근 4년 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은행권은 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9년 63건, 2020년 71건, 2021년 81건에 이어 올해도 8월까지 6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별 은행으로는 케이뱅크가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32건, 카카오뱅크 27건 순이었다.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강화로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 수요가 줄어든다며 오프라인 점포도 줄이고 경쟁적으로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전산장애 등 디지털 금융 사고와 소비자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사고 발생시 사후 대처에 있어서도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다. 최대 수 시간 접속장애가 발생해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지만 명확한 보상기준이나 체계가 없어 민원을 제기한 뒤 사후에 은행과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들은 이체 거래 특성상 금전적 손실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워 피해를 제기한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보상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접속장애로 인한 유·무형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접속장애 발생시 접수 민원을 보상담당 부서에서 심사 후 대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이체 거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특성상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아 보상 가이드라인 제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DT 확장되면서 접속장애 발생 가능성↑... 은행들 "인프라 꾸준히 확충"

문제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T) 속도가 더 빨리지면서 접속장애 문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 입출금·이체거래에서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77.4%에 달했다. 시중은행들 역시 주요 금융상품 가입경로에서 모바일 뱅킹 비중은 이미 70% 이상으로 은행들도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전환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유입량 급증으로 인한 접속장애 등 물리적 불편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장착하고 있고 고객이 많이 늘면서 유입량도 증가하고 있어 DT가 가속화 될수록 장애요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인프라 확충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안정화되면 장애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미 모바일 뱅킹 접속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 미래 수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MTS 접속량에 따라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은 이미 확보한 계좌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은행 접속장애 문제는 사전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레거시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프라가 요구되고 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의 계좌 수요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속장애는 사업부서와 내부통제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특성상 IT 인프라 투자와 사고 발생시 비상계획 등을 더욱 철저히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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