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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평가-건설] 담장 무너지고 안방에 물 들이치고...아파트 '하자’ 불만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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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평가-건설] 담장 무너지고 안방에 물 들이치고...아파트 '하자’ 불만 터져
  • 천상우 기자 tkddnsla4@csnews.co.kr
  • 승인 2023.09.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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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가 본격화된 2023년 상반기 소비자 민원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여행사, 항공사, 호텔예약사이트 등 관련 민원은 크게 늘어났고 화장품,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민원은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유통은 온라인몰이 다양화, 세분화되며 민원도 꾸준히 증가 추세인 반면 전통 유통채널인 백화점, 홈쇼핑 등은 민원 유입이 줄었다. 상반기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업종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 경기 화성시에 사는 천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도급순위 10위권 내 유명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지난 5월 베란다에서 물이 역류해 집안까지 물이 들이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는 안방 베란다를 비롯해 실외기실, 안방까지 이어졌다. 당장 생활이 힘들어진 천 씨 가족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건 “다른 방에서 생활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천 씨는 “입주 시점부터 동일한 곳에 하자가 발생했는데 해결이 안 됐다가 이제야 이 사달이 났다”며 분개했다.

# 경기 고양시에 사는 임 모(여)씨는 도급순위 상위 5위권 내에 있는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지난해 10월 입주했다. 입주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임 씨는 실외실 천장 누수로 결로가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시설 관리팀에 보수를 요청했다. 임 씨는 근본적인 해결을 바랐지만 관리팀은 단순히 페인트만 다시 칠해주겠다고 했다. 임 씨는 “오래된 아파트라면 이해되지만 고분양가의 새 아파트인데 심각한 결로 현상을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발을 굴렀다.

# 서울시에 사는 나 모(여)씨는 2020년에 도급순위 10위 권으로 손에 꼽히는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사전 점검에서 안방 창호 하단 틀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하자 보수 신청을 했다. 시설관리팀은 수차례 방문하면서 하자를 확인했지만 자재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를 진행하지 않았다. 나 씨는 "3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여전히 AS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의 하자 및 처리에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고객 응대나 AS에 대한 민원도 다발했다. 계약이나 분양 과정에서의 시스템에어컨 등 유상 옵션에 대한 불만은 10% 미만이었다.

올해 1~6월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건설 관련  민원을 집계한 결과 ‘하자’ 관련 불만이 49%로 절반에 달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어 응대와 AS를 포함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29.4%, 계약 관련 민원이 9.8%, 옵션 7.8%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2023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5개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주)한화 건설부문, 대방건설, 태영건설, 중흥토건 등이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이슈는 ‘하자’로 요약될 만큼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지난 4월 GS건설의 검단 신축 아파트 담장이 무너지고 입주를 앞둔 아파트 주차장 구조물이 내려앉는 등 사고가 발생하며 부실 시공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제일건설이 시공한 신축 임대아파트에서 하자가 다발해 입주민이 항의하자 '그냥 사세요'라고 조롱하는 사건도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올해는 신축 아파트마저 잇따라 침수되는 등 난리를 겪으며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아파트 누수 피해에 대한 불만이 다발했다.
 

▲신축 아파트 안방에 결로가 생겨 곰팡이가 핀 모습
▲신축 아파트 안방에 결로가 생겨 곰팡이가 핀 모습
▲화성시 한 아파트. 입주 5개월만에 베란다서 물 역류로 집안에 물이 들이쳤다
▲화성시 한 아파트. 입주 5개월만에 베란다서 물 역류로 집안에 물이 들이쳤다

소비자고발센터에도 하자 문제를 제기한 민원이 급증하며 49%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자 민원이 37.9%였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비중이 확대됐다.

하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건설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 전 하자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보수가 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문제가 재발했다는 불만이 대다수였다. 

베란다, 안방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는 가장 흔한 하자 중 하나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벽 크랙에서 발생한 문제인데 시공사가 책임을 회피해 갈등을 빚었고 아예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일도 흔히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집뿐 아니라 아파트 상가에서도 누수 피해로 영업에 피해를 입는 경우들이 눈에 띄었다. 올 초 겨울에는 시공사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 타일이 깨지는 문제가 쏟아졌다.

사전점검 기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자가 입주 후 드러나고 보수 담당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 지난해 12월에 준공된 신축 아파트 상가의 화장실 세면대가 떨어져 파손됐다.
▲지난해 12월에 준공된 신축 아파트 상가의 화장실 세면대가 떨어졌다

하자 문제는 자연스레 서비스 관련 민원으로 이어졌다. 하자 보수를 신청해도 제대로 AS가 이뤄지지 않는 데 소비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하자보수기간 내 신청했으나 미뤄지면서 서비스 제공 기간을 넘기는 일이 다발했고 건설사와 시행사가 책임을 전가하며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보수 요청 시 제대로 된 AS가 아닌 임시방편으로만 처리해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상당수 발생했다.

계약은 '계약 파기'와 관련한 분쟁이 두드러졌다. 분양사무실에서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 뒤늦게 변심 시 계약금을 돌려 받지 못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계약 중단 시 한 달 내 환불된다는 안내와 달리 기약없이 지연되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지적도 눈에 띄었다. 드물게는 옵션, 자재, 구조 등이 분양 계약과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는 시스템에어컨 등 유상 옵션에 대한 불만은 7.8%로 비교적 발생 비중이 낮았다. 계약 후 유상옵션 취소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주를 이뤘고 냉장고, 에어컨 등 사양이 계약시와 달라 갈등하는 일도 잦았다.

아파트 하자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자 국토교통부 역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시공능력평가제도에 안전·품질 평가항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하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내 건설사들에 그동안 일부에서 적용해 오던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전 현장으로 확대하는 등 스마트 기술 구축을 요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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