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주력인 반도체마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자 임원들이 주가방어에 나서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뿐 아니라 가전, 디스플레이 등 전 부문 임원들이 소속 가리지 않고 자기회사 주식 매입 행렬에 나섰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기회사 주식 매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9월부터다.
9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 반 기간에 삼성전자 임원 32명이 자기회사 주식을 38회에 걸쳐 매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임원들의 주식 매입이 4건 뿐이었다.
이 기간 임원들이 매입한 주식 규모는 62억5741만 원에 이른다.
자기회사 주식을 가장 많이 매입한 임원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와 노태문 DX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사장)이다. 각각 1만주씩 샀다.
한 사장이 매입에 쓴 자금 규모는 7억39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9월 들어 가장 먼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6000주를 4억여 원에 샀고 김대주 영상디스플레이 지원팀장(부사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전영현 DS부문장 등이 3억2000여만 원을 들여 5000주씩 매입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한조 사외이사도 지난 11일 2억 원어치 주식을 샀다.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김홍경 DS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윤준오 전장사업팀장(부사장), 최진혁 DSRA-메모리 연구소장(부사장) 등도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자기회사 주식 매입에 썼다.
이 외에 김수목 법무실장(사장) 등 8명의 임원이 1억 원대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특히 안재용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담당임원(상무)은 9월 20일과 10월 11일, 14일 등 3일에 걸쳐 주식을 매입했다. 노태문 DX사업부장 역시 9월 9일과 10월 11일 주식을 샀다. 김병도 글로벌브랜드센터 담당임원(부사장)은 9월 23일과 24일 양일간 매입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기회사 주식 매입 행렬은 주가흐름이 부진한데 따른 주가 방어와 책임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사 경영 상황을 잘 아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와 중장기 성장,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고 곧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로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1조 원 이상 크게 하회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밝혔다.
여기에 국내에선 고대역폭메모리(HMB)를 등에 업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해외에선 대만 TSMC에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위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10일 2013년 3월 16일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5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이후로도 시원한 반등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5~6만 원대를 오가고 있다. 17일 종가도 5만9700원으로 마무리됐다.
재계 관계자는 “고위 임원들의 자기회사 주식 매입은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고 주주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나 다름없다”며 “미래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