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황에서 MBK가 NDA 종료 후 몇 달 만에 영풍과 손잡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라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해당 자료들을 넘겨받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최종적으로 재무적 투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내부 자료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고 한다.
당시는 MBK가 거버넌스 개선 등을 명분으로 한국타이어와 고려아연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M&A를 본격화하기 이전이다.
하지만 지난 5월 NDA 종료 후 네 달여 만인 9월 초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의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MBK가 과거 검토했던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나온다.
NDA 종료 몇 달 만에 영풍과 콜옵션·풋옵션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MBK와 영풍의 계약이 수개월 이상 논의가 이뤄진 뒤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장형진 영풍 고문은 MBK와 논의를 시작한 시점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장 고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의 한화·현대차 신주 발행과 지분 교환 등을 거론하며 “(영풍 경영진이) ‘우리도 수단을 강구해야겠다’라고 하니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봐라. 어떤 좋은 생각이 있겠냐’ 그랬다. 그러다가 MBK에 가서 상담을 하고 경영협력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MBK와 영풍이 줄곧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를 문제 삼아온 것도 과거 받은 기밀 자료를 이번 인수 계획 수립에 활용했다는 논란의 소지가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벅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중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이번 적대적 M&A 과정에서 줄곧 기업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런 명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