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빚어진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 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갈등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케이블TV 사업자만 감싸고 돈다며 TV홈쇼핑업체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 과기정통부가 뒤늦게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자정부터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 3사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며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현실화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존 주 1회 개최하던 대가검증협의체 회의를 수시로 열고 CJ온스타일이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거기에 방송법 위반 여부까지 들여다본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방송법 제85조의2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채널·프로그램 제공을 중단하거나 설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와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다.
그러나 문제는 과기정통부의 접근이 지나치게 케이블TV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3사에 요구한 송출수수료 60% 인하가 과도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홈쇼핑 매출 비중이 TV에서 모바일로 역전된 지 오랜 상황에서 방송산업을 위해 마냥 홈쇼핑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
게다가 홈쇼핑 업계에서는 십수년째 송출수수료로 신음해왔다.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매년 유료방송사업자(IPTV·케이블TV)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 홈쇼핑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공영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총 1조937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는 방송 매출액의 71% 규모다.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해 1000원을 벌면 710원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반면 TV홈쇼핑 7개사의 방송 매출액은 최근 수년간 꾸준하게 감소 추세다. 총매출 대비 방송 매출은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 ▲2022년 49.4% ▲2023년 49.1%로 매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빅4’로 꼽히는 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 등은 이미 모바일·온라인 매출이 TV 매출액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해 전체 취급고에서 모바일·온라인을 포함한 디지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GS샵이 63.3%로 가장 높았으며 CJ온스타일이 51.8%,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각각 50%, 39.7%로 뒤를 이었다.
결국 구매 경로가 TV에서 모바일로 역전된 상황에서 홈쇼핑업계 입장에서는 송출수수료가 단순히 비용 증가뿐인 상황이 된 셈이다.
물론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상황도 어렵다. 유료방송 시장의 전반적인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 목소리에 지나치게 무게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TV홈쇼핑업체와 케이블TV사업자의 수수료 계약은 민간 계약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어그러진 계약을 과기정통부가 방송발전이라는 대의로 칼을 뽑은 것은 지나친 공적 개입이다. 홈쇼핑사의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규모를 파악해 양측 간 공정한 협상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번 사태는 비단 송출수수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방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 송출 중단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과기정통부는 양측의 문제점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