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임시주총에 결정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도 17일 수책위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공공기금 특성 상 사모펀드 MBK의 적대적 M&A가 국가기간산업에 미칠 파장과 향후 국민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내놓고 있는 분석 결과들이 국민연금의 표심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14일 기관투자자들에 보낸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사모펀드 MBK의 투자 축소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반대 그룹(MBK)의 투자 축소 계획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둔화시키고 거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MBK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해온 신사업과 재무적 투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이어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MBK의 투자 축소 접근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목표로 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과 경쟁력 확보를 놓칠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10일 발표한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부작용을 집중 조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비철금속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투자자본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재무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MBK의 기존 투자 전력과 운영 방식에 비추어 볼 때 MBK 측이 회사 본업에 있어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정도로 더 나은 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MBK의 두산공작기계, 코웨이, 대성산업가스, 오렌지라이프 등 과거 인수 사례를 분석하며 투자부터 회수까지 3~6년이 걸린 것으로 봤다. 또 MBK의 주요 가치 창출 전략으로 전문 경영인 채용과 판매 네트워크·제품 라인업 강화, 비용절감 등을 통한 운영 효율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러한 MBK의 경영 전략이 고려아연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장기간 투자가 중요시 되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투자자본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다.
한 달여 전 금융감독원이 꺼내든 이른바 '신(新) 금산분리'도 재조명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모펀드의 산업 지배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당시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인수 건은 과거에는 문제 제기가 안 됐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의) 부작용을 중심으로 고민을 끌어왔는데, 과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갖고 있다”며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 원장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대상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분리 매각 등으로 인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를 화두로 삼아서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