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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엔진경고등에도 원인 못찾고 방치...뒤늦게 고장 판정되면 시간·비용은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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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엔진경고등에도 원인 못찾고 방치...뒤늦게 고장 판정되면 시간·비용은 소비자 몫
제때 진단 못한 정비 시스템 불신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08.2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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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동두천에 사는 이 모(남)씨는 기아 올 뉴 k7 차량을 지난 2017년 구매한 뒤 해마다 두 차례 이상 엔진경고등이 떠 애를 먹었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이상 없다'며 초기화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올 7월 주행 중 멈춰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자 HPCU(하이브리드 전기모터와 엔진 상위 제어기)가 고장 났다며 부품 교체를 안내했다. 이 씨는 그간 엔진경고등이 지속적으로 점등된 이유가 이것 아니냐며 무상 수리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무상보증기간이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이 씨는 “차량 구매 후 매년 엔진경고등이 점등됐지만 이상 없다며 초기화만 해줬다. 차량 엔진에 문제가 있어 경고등이 떴다고 보기 때문에 보증기간 관계없이 무상으로 수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천에 사는 송 모(남)씨는 지난 5월 벤츠 E클래스 220d 차량 리콜 수리를 맡겼다 찾으며 계기판에 엔진경고등이 점등된 것을 발견했다.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일시적 오류라며 제거 후 출고시켰다. 다음날에도 엔진경고등이 떠 센터에 맡겼으나 이번에도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기어 변속에 문제가 생겨 입고시키자 변속기 및 미션 고장 판정을 받았다. 송 씨는 “수리 이후 엔진경고등이 잇달아 떠 문의했을 때는 일시적 오류라고 했다. 고장났는데 경고등과는 관련 없다며 수리비를 요구하는 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도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월에 출고한 KG모빌리티 티볼리가 한 달 만에 엔진경고등이 점등돼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당시 단순 오류라며 경고등만 삭제했는데 이후 8개월 동안 엔진경고등이 4번 점등됐다. 경고등만 삭제하거나 일부 부품을 교환 받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1월 또 엔진경고등이 떴고 이번에는 연료탱크를 교환했다. 김 씨는 “반복적인 엔진경고등 점등으로 서비스센터를 수차례 방문하고 있다. 제대로 원인을 찾지 못해 시간낭비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동차 엔진경고등이 반복적으로 점등되는데 서비스센터에서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엔진경고등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 발생을 알리는 신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반복 점등 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서 명확한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장에서는 갈등이 빈번하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경고등이 점등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연료캡이 헐겁거나 불량할 경우 ▲ 스파크 플러그, 점화코일 등 점화계통에 결함이 발생한 경우 ▲ 질량 공기 흐름 센서 이상으로 오작동 시 ▲ EGR밸브 등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고장 시 ▲ 배터리 및 전기 시스템 문제로 전압이 불안정하거나 센서 오류가 감지될 경우 등이다.

엔진경고등이 뜨는 이유가 다양하고,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이 수만가지에 달하다 보니 서비스센터에서도 정확한 고장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차량 엔진경고등 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 대부분 서비스센터에서 단순 오류로 판단하고 경고등만 제거해 출고된 경우를 경험했다. 실제 센서 오류여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엔진경고등이 잇따라 재점등됐고 결국 보증기간이 지난 이후 엔진 관련 부품이 고장났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엔진경고등이 켜질 때마다 센터를 방문해야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낭비는 모두소비자 몫이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원인이 워낙 다양해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소비자 우려와 달리 엔진경고등이 반복적으로 점등될 경우 정밀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경고등이 점등되면 예상되는 문제들에 따라 점검을 진행하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다만 엔진경고등이 점등되는 이유가 다양해 특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엔진경고등을 진단했을 때 오류가 뜨는 경우도 있다. 반복적으로 오류가 뜨는 경우 정밀 진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벤츠 관계자는 “엔진경고등이 점등되는 이유가 다양하다. 스캐너로 진단 시 어떤 메시지가 드는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건지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엔진경고등이 점등됐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엔진 오일이 많이 줄었거나, 센서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작동이 힘들기 때문에 뜨는 것이므로 제조사에서는 단순 오류로 판단하기 보다 정확한 원인을 다방면으로 찾아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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