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인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LG전자에서 렌탈 중인 정수기가 지난 8월 고장났지만 수리가 지연돼 고생했다. 부품 수급 지연으로 AS가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결국 생수를 구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가 "업체에 수리 지연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뿐이더라"며 억울해했다
#사례2=용인에 사는 김모(여)씨는 지난해 7월 캐리어코리아에서 렌탈한 신형 냉난방기가 이달 문제가 발생해 AS를 신청했다. 캐리어코리아 측은 "부품 수급이 늦어져 11월 말은 돼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신형인데도 부품이 없어 두세달을 기다려야 한다니 기가 막히다"며 황당해했다.
#사례3=경기도에 사는 이 모(남)씨는 쿠쿠전자 비데를 렌탈해 사용 중이었다. 지난 7월 고장이 발생했지만 부품 수급이 지연되면서 9월이 되도록 기기를 방치해야 했다. 이 씨가 “새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지만 쿠쿠전자 측은 “교환은 불가하며 계약 해지 시 위약금 57만 원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사례4=경북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사용 중인 웰릭스 음식물처리기가 지난 6월 고장났지만 석 달이 다 되도록 수리를 받지 못했다. AS 접수 후 제품을 수거해 갔으나 9월이 되도록 끝나지 않아 돌려받지 못했다. 김 씨가 “언제쯤 수리가 완료되느냐”고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오래 걸린다”는 말뿐이었다. 김 씨는 “렌탈료는 계속 내는 중인데 AS는 석 달째 진행 중이다"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고장 난 렌탈 가전의 수리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부품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AS 완료 시점을 명확히 안내받지 못한 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2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부품 수급 등 문제로 렌탈 가전 AS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위니아 ▲코웨이 ▲쿠쿠전자 ▲SK매직 ▲웰릭스 등 가전업체를 가리지 않고 피해 사례가 나타난다.
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정수기·세탁기·냉장고·에어컨처럼 생활 필수 가전이 고장나면 생수를 구입하거나 빨래방을 이용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불편이 뒤따른다.
더욱이 소비자는 매달 납입료를 내면서도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데다 여기에 부가적인 지출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이처럼 수리 지연으로 불편이 발생해도 업체가 보상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10일 이상 수리가 지연되면 이 기간 렌탈료를 감액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1개월 이상 수리가 지연될 경우 소비자는 동일·유사 제품으로 교환을 요구하거나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미 사용한 기간에 해당하는 요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아닌 권고 사항이어서 업체가 따르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실제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LG전자 측은 “AS 지연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AS 접수일로부터 수리 지연 기간만큼 일할 계산해 익월 구독료에서 감액해 보상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렌탈 가전이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AS가 지연되고 소비자들이 장기간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신뢰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품 공급 체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소비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 보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