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역시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 관계를 넘어 안보 위기 상황 등 여러 변수 속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익이 되는 거래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고려아연의 현지 제련소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앞서 지난 10월 리튬 아메리카스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 에너지부(DOE)는 1차 대출을 추진하면서 리튬 아메리카스와 리튬 아메리카스-GM간 합작회사(JV)의 지분 각 5%에 해당하는 보통주를 주당 1센트에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설정했다. 동시에 대출 준비금으로 1억2000만 달러를 추가 적립하고, GM과 오프테이크(장기구매) 계약을 수정하는 등 판로를 넓히기 위한 옵션을 추가했다.
미국 전쟁부(DOW)와 캐나다 광물채굴회사 트릴로지 메탈스 사이의 계약도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트릴로지 메탈스 주식 약 820만주를 단위당 2.17달러로 매입했다. 각 단위는 보통주 1주와 10년 만기 워런트 3/4로 구성됐다. DOW는 트릴로지 메탈스가 알래스카에서 진행 중인 엠블러 접근 프로젝트(엠블러 도로) 완공 후 1센트의 행사 가격으로 보통주 1주를 인수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에 10조9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와 같은 방식을 한국 기업인 고려아연에도 적용했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 현지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을 주당 1센트(14원)에 14.5%까지 매입할 권리(워런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은 “대부분의 계속 조건들은 다른 핵심광물 기업들이 체결한 내용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기업들과 맺는 워런트의 가격은 해당 투자에 대한 상징적인 가격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상 미국 정부는 투자 기업에 자금을 대고, 저리 대출과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투자한 기업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미국 정부는 워런트를 행사해 투자금의 ‘대가’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권가에서도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증권가에서 ‘전략적 전환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투자 기업과의 장기간의 협력을 위해 해당 방식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이 성공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미국 정부는 워런트 설정 기업과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까지 소통을 이어가면서 지원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워런트 행사 구조를 보면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다른 투자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에 대한 워런트 행사(주당 1센트)를 통해 향후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운영법인의 지분 14.5%를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특이점은 추가 20%의 워런티다. 이는 제련소 운영법인의 기업가치가 23조 원이 넘었을 때 해당 가치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고 인수한다.
미국 정부는 2배 이상의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기업가치 상승 시 높은 가격에라도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조항인 셈이다.
미국 정부의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 광물 공급망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 영국 등 8개 동맹국과 협력해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미래 산업의 공급망을 중국의 독점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체다.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산업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팍스 실리카를 통해 우리(동맹국)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그리고 클락스빌에 있는 고려아연 정련 시설과 같은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