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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신발 등 '불량' 판정, 업체마다 기관마다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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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신발 등 '불량' 판정, 업체마다 기관마다 제각각
육안 검토에 그쳐 결과 모두 달라...제조사 '소비자 탓' 판정기준 대외비?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4.04.02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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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불량 여부를 판정해 분쟁해결의 근거로 활용되는 심의 방법이 통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의가 법적인 강제력을 갖진 않지만 제품 하자 여부를 두고 분쟁 시 판정의 척도로 사용되는 만큼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류 잡화 등 공산품에 발생한 문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진행된 심의나 시험검사가 업체나 기관에 따라 제각기 다르고 번복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심의 방법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다 보니 서로 다른 결과를 두고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심의방법도 대부분 육안으로 검토하는 관능적 심사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원인 분석이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제조사에서 1차적으로 심의를 진행할 경우 '심의 기준은 대외비'라며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며 폐쇄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도 소비자가 심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의류 심의는 관능적 검사로 이뤄지며 가능한 경우 보다 객관적인 결과를 위해 시험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4~5명 이상의 심의위원들이  집중관찰한 후 협의 하에 최종적으로 심의의견을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보다 명확하고 과학적인 심의 기준과 방법이 정립되지 않는 한 '심의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은 벗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심의 결과를 수긍하지 못해 2차, 3차 심의를 진행한다는 소비자 제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염색 번진 리복 운동화, 업체 ‘소비자 탓’ 기관은 ‘불량 판정’

경북 경산시 정평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1월 리복 운동화를 구매한 후  2월경 비를 맞는 바람에 빗물에 젖어 버렸다. 물기가 닿자 자 붉은색의 브랜드 마크 염료가 진하게 번져 신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돼 버렸다.

매장에 환불을 요구하자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안내에  본사에 운동화를 보낸 김 씨. 며칠 후 리복 측은 “심의 결과 소비자 과실”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했다. 납득할 수 없어 한국소비자원에 심의 의뢰한 김 씨는 ‘제품 염색불량’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심의 기준이 어떻길래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명확한 기준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리복 관계자는 “리복 내부심의 후 제품하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나 제품하자라는 한국소비자원 심의 결과가 확인되면 제품 교환이나 환불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복 자체 심의 기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다.



▲ 리복 운동화의 빨간색 부분에서 염료가 번졌지만 제품 하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나 소비자가 뿔났다.


◆ 1주일 만에 보풀 일고 헤진 노스페이스 히말라야 패딩, "이용자 부주의~"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1월 노스페이스에서 히말라야 패딩을 79만 원에 샀다. 패딩을 입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오른쪽 소매 부분에 보풀이 일고 해져 속 내피까지 보이는데다 양쪽 손목 벨크로도 실밥이 터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박 씨는 심의를 받기 위해 본사로 의류를 보냈다. 얼마 후 노스페이스 측은 “소비자 부주의로 발생했고 원단에는 문제가 없어  부분 수선만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박 씨는 “인터넷 등 여러 통로로 알아본 결과 히말라야 패딩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같은 현상으로 본사에 교환 요청을 했으나 ‘원단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는 사람이 상당수였다”며 자신의 패딩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 측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 입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새 패딩이 닳아 내피가 보일 지경이다.


‘방수’ 밀레 점퍼, 음료 쏟자 얼룩덜룩..."원단 이상無"

충북 충주시 지현동에 사는 지 모(여)씨는 지난 2월 밀레에서 14만 원짜리 바람막이 점퍼를 샀다. 옷을 산 다음 날 새 점퍼에 식혜를 흘린 후 당일 세탁해 건조한 점퍼를 본 지 씨는 깜짝 놀랐다.

판매원은 ‘완전 방수 제품’이라고 강조했지만 식혜 묻은 부위에 얼룩이 생긴데다 옷을 털다 식혜가 흘러간 주위까지 얼룩이 번져 있었던 것.

구입한 매장을 통해 본사에 심의를 보낸 지 씨는 며칠 후 “고객 과실에 의한 것으로 달리 방법이 없다”는 놀랄 만한 결과를 받았다.

지 씨는 “방수 원단이라면 음료가 묻어도 지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번지지 않았느냐”며 원단 문제를 꼬집고 “음료를 흘린 것만으로 무조건 고객 과실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밀레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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