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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생보사 '지분 쪼개기'는 지주사 전환 피할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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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생보사 '지분 쪼개기'는 지주사 전환 피할 묘수?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4.07.1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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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회장 박현주)이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해 '지분 쪼개기'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대표 조웅기·변재상)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미래에셋캐피탈(대표 김승건)이 보유 중인 미래에셋생명보험(대표 최현만·하만덕·이상걸) 지분 59.7% 중 27.42%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 보통주 2천884만여주를 1주당 1만1천102원, 총 3천202억2천만 원에 매수하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정상기·장부연)도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약 6%를 취득하기로 했다. 그 규모가 700억6천만 원이 넘는다.

이번 지분 이동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승인만 받으면 된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계열 생보사를 지배함으로써 투자와 은퇴설계 전문성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사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동원해 지분 쪼개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총 자산이 1천억 원이 넘고 전체 자산에서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가액이 50%를 넘길 경우 반드시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총 자산 2조1천억 원 중 계열사 지분가액이 1조500억 원 정도였다. 이 중 미래에셋생명 지분가액은 3천800억 원이 넘는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동안 차입금을 늘려 국공채에 투자해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50%룰'을 피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이 상장 압박을 받으면서 지분가액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보유 지분을 다른 계열사와 나눠 갖는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번 지분 이동으로 미래에셋생명 지분가액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부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그룹은 오너 박현주 회장이 각각 49%의 지분율로 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을 축으로 증권사와 생보사, 자산운용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지분 쪼개기를 통해 앞으로는 '캐피탈→증권→생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중인 미래에셋생보 잔여 지분도 처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이처럼 정리하고 나선 것은 3년 전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발행한 4천억 원 규모의 신주 때문에 더 이상 기업공개(IPO)를 미룰 수 없다는 사정도 영향을 끼쳤다.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2016년까지 IPO를 하지 않거나 적정수준의 공모가를 맞추지 못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미래에셋생명은 2011년 6월 오릭스와 KB의 사모펀드 2개사에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와 1천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SCPS)를 배정했다.


당시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는 투자 후 5년까지 IPO가 안될 경우 미래에셋캐피탈이 투자원금과 연복리 8%(우선주 배당 5% 포함)를 사모펀드들에게 돌려주도록 풋옵션이 설정됐다. 나머지 1천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는 풋옵션이 없지만, IPO가 실패할 경우 총 5천억 원 가량을 투자자들에 지불해야 한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업황 부진 등으로 철회했지만, 여전히 상장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 규모가 21조5천억 원, 자기자본이 9천7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액 2조9천억 원과 순이익 287억 원을 기록했다. 한동안 중단됐던 TV광고도 지난 4월부터 재개하면서 미래에셋그룹의 '은퇴설계' '자산관리의 명가재건'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생보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실적이 연동되기 때문에 수익성 부분에서 독립적일 수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측은 "유상증자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6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분변동 공시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고 알린 다음 날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황 침체 속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보였고, 이에 힘입어 주가도 올 들어 3만 원대에서 5만원대로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미래에셋 측은 이번 지분 이동이 캐피탈의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증권사와 보험사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수적인 효과로 지주사 전환 등의 요건을 맞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캐피탈의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와 생보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상장에 대해서는 아직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증권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00억 원대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라며 "자사 보험금지급여력(RBC)비율도 280%로 높은 편이어서 추가 증자 우려는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쥐었던 미래에셋캐피탈 측은 "이번 지분 이동으로 지주사 전환요건이 일부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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