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최 모(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5월 B사에서 100만 원이 넘는 통돌이세탁기를 구매한 최 씨는 빨래를 몇 번 돌려보고는 경악했다. 세탁할 때마다 손으로 뭉쳐질 만큼의 먼지가 옷에 고스란히 묻어나왔기 때문. 고객센터 안내한 대로 ‘다른 세제를 써봐라’, ‘내부 청소를 해봐라’ 등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세탁 후 먼지가 묻어나오는 증상이 계속됐다. 여러차례 항의한 끝에 AS 기사가 최 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먼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옷을 직접 보고도 기계 고장은 아니라며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4개월이 지난 10월이 다 돼서야 환불 조치를 받았다는 최 씨는 “먼지가 묻어나는 옷을 직접 보고도 기계 결함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 원인 파악도 못한 채 소비자 탓만 하는데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일명 '통돌이'라고 불리는 전자동 세탁기 일부 제품에서 세탁 후 먼지가 묻어나는 증상이 반복돼 소비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드럼세탁기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내부 청소가 용이해 ‘실속형’으로 통돌이 세탁기가 각광받고 있지만 일부 제품이 먼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세탁기 본연의 기능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를 대상으로 한 ‘먼지 세탁기’ 관련 제보는 65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세탁 시 먼지가 고스란히 묻어나오거나 세탁기 안에서 옷을 꺼낼 때 먼지가 뭉쳐져 나와 굴러다닐 정도라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기기 결함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체 측은 같은 기종에서 모두 먼지가 묻어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비자에게서만 발생하는 만큼 '관리 소홀'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먼지거름망을 없애 생긴 문제이고 세탁기 내부를 직접 청소하기 힘들다"며 업체 측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먼지 문제로 인해 소비자와 업체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동일하지 않은 대응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지상파 방송에 나온 먼지가 묻어나오는 세탁기와 관련해 전국에서 AS 및 환불/교환을 신청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AS기사마다 무상수리서부터 환불까지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인해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관련업체 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성능·기능상의 하자’로 보기 어려우며 세탁기 성능에 대해서는 제3의 기관에서 검사를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먼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기기 결함으로 볼 수 없다. 다만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의해 '무상 점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장에 방문한 AS기사의 판단에 맡겨 일부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품에 이상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먼지가 묻어나온다는 것은 세탁기의 가장 큰 기능인 ‘세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면 기기 결함으로도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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