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이나 드럭스토어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소비자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옥션, 인터파크,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드럭스토어 왓슨스, 올리브영 등에서 빈번한 원산지 표시 오류로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업체에서 원산지를 아예 잘못 표기하거나 스티커를 사용해 이중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상품페이지나 라벨에 표기된 것만 믿고 구입하는데 포장을 뜯어 확인하면 전혀 다른 원산지로 표기돼 있는 것. 업체 대부분 포장지 리뉴얼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스티커를 사용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여러 품목을 판매하면서 대표 원산지만 기재하는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업체에서 원산지를 고의적으로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원산지 표기 문제에 대해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오류 적발 시 신속하게 수정 조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 ‘영국산’ 떠벌린 왓슨스 치약, 스티커 떼니 ‘일본산’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최 모(여.32세)씨는 지난 28일 왓슨스 매장에서 ‘영국태생 40년 역사 브랜드’라고 표시된 ‘아쿠아프레쉬’ 치약을 세일 가격인 5천900원에 구입했다.
제품에 커다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걸 단순한 호기심에 떼어 본 최 씨는 기가 막혔다. 치약 포장재에는 일본어가 잔뜩 쓰여 있었고 ‘MADE IN JAPAN’이라고 떡하니 인쇄돼 있었던 것.
일본 방사능 오염 사건 이후 일본 제품을 멀리하던 최 씨로서는 굉장히 불쾌했다.
최 씨는 “일본산임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스티커로 가려 놓고 눈속임해 판매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왓슨스 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영국 브랜드 제품이 맞다. 국내에는 치약 성분 중 불소성분 함유량 때문에 일본산만 판매가 가능하다. 스티커는 상품을 알리기 위한 효과로 사용한 것일 뿐 일본에서 제작한 내용을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오픈마켓 화장품, 원산지 표기는 ‘일본산’ 배송은 ‘홍콩’?
전남 보성군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11월 오픈마켓에서 SK-Ⅱ ‘피테라 에센스(15만9천500원)와 스템 파워 크림(15만1천 원)을 구입했다.
해외배송제품으로 원산지가 일본으로 돼 있어 일본현지에서 오는 것이라 믿었다는 이 씨.
오픈마켓 판매 페이지에서 제품 배송절차를 꼼꼼히 살펴본 이 씨는 일본이 아닌 홍콩에서 들여오는 상품인 걸 확인했다. 일본이 원산지라면서 왜 홍콩을 거쳐 들어오는지, 홍콩을 거쳤는데 어떻게 가격은 더 저렴해질 수 있는지 의혹은 커져만 갔다.
결국 가품이 의심스러워 구매 취소를 결정했고 판매자는 반품비용 2만6천 원을 요구했다.
이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품의 진위 여부가 의심스럽다”며 “제품 배송 위치가 추적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소 요청을 했는데도 반품비를 부담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오픈마켓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발송된 후 고객이 반품을 요청한 상태라 취소가 불가능해 왕복배송비로 2만6천 원이 청구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표기 등으로 원산지가 의심스러울 때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관세청에 신고하면 된다. 해당 공공기관에 대표전화로 신고해 민원을 접수하면 관할 부서로 이관돼 원산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자발적으로 원산지 표시 감시를 더욱 강화해 고객 신뢰 회복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