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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행에 23년 걸린 '의약품 부작용피해구제제도' 갈 길 멀다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더보기

약 7년 전 TV에서 감기약을 먹고 온 몸의 피부가 녹아내리는 '스티븐존슨증후군(SJS)'으로 두 눈마저 실명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012년 4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비슷한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는 부산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으로 2010년 1월 감기약을 먹었다가 스티븐존슨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양쪽 눈의 시력을 잃으면서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걸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은 아직도 해당 제약사를 상대로 항소심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개인이 이처럼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했는데도 불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피해를 겪는 국민에게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소비자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의약품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전담 조사조직이 부작용 원인을 직접 조사한 뒤 식약처에 설치된 부작용심의위원회에서 보상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신청부터 지급까지 약 4개월 이내에 처리하게 돼, 소송에 비해 절차가 크게 간소화된다.

이 제도는 지난 1991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국내에 도입됐지만 그 시행은 무려 23년이 흐른 올해 12월에야 가능해졌다. 약사법 개정으로 법적근거가 마련됐으나 실행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됐을 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명시되지 않는 바람에 제도가 장기간 표류한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됐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기금도 강제성이 없어 단 한 푼도 걷히지 않았다. 결국 관련 법개정이 올해 초에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이달 19일에야 효력이 발생했다.

이처럼 제도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수많은 소비자들이 의약품 부작용을 겪어도 제대로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기업을 상대로 환자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보건당국에 피해사실을 알려 역학조사를 요청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의약품 피해구제 제도가 시행됐지만 정착까지는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재원의 절반 가량이 제약회사 몫이다. 정부 방침대로 한다면 2017년까지 단계별로 보상수위를 높인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제약사 부담도 더 커질게 자명하다. 일찌감치 해외에서는 의약품 제조 및 수입회사 매출에서 일부분을 떼어 피해구제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이 같은 공동대응방안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의약품 부작용 사례 접수에서 피해보상금 지급까지 4개월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한국의약품관리원의 인력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부작용 문제는 소송에 몇 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다. 더욱이 관련 자료가 의료인과 제약사에 있기 때문이 이들이 얼마나 협조를 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 의약품 부작용 역학조사에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당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난항 끝에 닻을 올린 의약품 부작용 구제제도가 제대로 정착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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